[글로벌뷰]중국발 인플레 위험 과장됐다

머니투데이 박형기 국제부장 2007.12.1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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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주룽지를 기다리며...

[글로벌뷰]중국발 인플레 위험 과장됐다


중국의 소비자물가 지수가 7%에 육박하면서 중국 서민들 사이에서 “마오쩌뚱 시대가 더 나았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또 세계는 중국발 인플레이션이 서브프라임으로 어려운 세계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란 걱정을 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1일 11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6.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예상치인 6.5%를 훨씬 상회하는 것은 물론 11년래 최고치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1%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6%대의 인플레이션율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6%대의 인플레이션은 고성장기에 있는 나라에서 흔히 목격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은 그동안 저물가 속에 견조한 성장을 이루는 이른바 ‘골디락스’를 누려왔고, 또 저물가를 세계에 수출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중국의 정변은 모두 인플레이션이 급상승할 때 발생했었다. 1989년 천안문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1988년 중국은 가격자유화 조치(이전까지는 공산당이 가격을 통제했었다)로 1년 사이에 물가가 50%나 급등, 대도시에서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는 등 경제적 위기를 맞았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와 정치적 불만이 맞물려 천안문사태가 발생했다.



천안문 사건 이후 서구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중국 경제는 주춤했으나 90년대 초반부터 서구 자본이 중국으로 다시 몰려듦에 따라 호황을 누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고성장에 따른 고물가로 중국 경제는 다시 위기를 맞았다.

그 때 나타난 인물이 바로 주룽지 총리였다. 주룽지는 93년부터 수석부총리로 경제 맡아왔으며, 98년에는 5대 총리에 취임했다. 당시 주룽지는 거시경제 조정을 통해 중국을 다시 고성장 저물가 시대에 진입케 했다. 주룽지 총리는 또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다른 아시아 국가의 화폐가치가 모두 폭락함에도 중국 위안화를 평가절하 하지 않음으로써 아시아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일조했다.

그는 98년 총리 취임 기자회견 당시 ‘런민비 부비엔즈(人民幣, 不變値, 인민폐의 환율조정은 없다)’라는 한마디로 아시아 외환시장을 진정시켰으며, 이 약속을 끝까지 지켜 아시아가 안정을 찾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런 공로로 중국인들은 주룽지를 부국강병을 이룬 독일의 비스마르크에 비유해 ‘중국의 철혈재상’이라고 불렀고, 세계도 그를 ‘중국의 경제 짜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룽지 이후 최근까지 중국 경제는 고성장 저물가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중국 당국이 경제의 대미의존도가 높아지자 수출에서 소비로 경제정책의 중심을 옮김에 따라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허용했고, 이후 고물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아직까지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올해 중국은 11%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11월 인플레이션율이 7%에 육박했지만 연평균 인플레이션은 4.6%에 머물고 있다.

또 중국이 세계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한 것이란 우려도 아직은 기우다. 유가나 식품 가격이 기조적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올라가고 있지만 이것이 세계에 전가되는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제 교역의 확대, 특히 신흥 경제국의 교역량 급증 이후 선진국의 수입 공산품 물가는 안정된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신흥 경제권에서의 높은 생산성 증가율이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공산품 가격 상승으로 전가되는 것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급상승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중국 수입물가는 소폭 오르는데 그치고 있다. 유럽에서의 대중국 수입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수출물가 자체가 상승한다기보다는 달러 약세와 유로화 강세가 양 지역의 대중국 수입물가의 차이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일부 물가 상승 압력이 상존함에도 아직은 중국발 국제 물가의 동반 상승이 나타날 만한 상황은 아니다. 따라서 세계경제의 골디락스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발 인플레이션은 세계경제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경제가 고성장 고물가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고, 중국의 임금이 제조업 생산성 증가율보다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높아진 원자재 가격 부담과 함께 수출단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세계경제는 신용경색으로 어느 때보다 불안하다. 중국의 성장이 미국의 신용경색 여파를 완화해줄 것이란 기대도 최근 들어서는 약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발 세계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된다면 세계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다.

주룽지 총리는 저물가 고성장을 이뤄낸 것은 물론 아시아 금융위기 때, 아시아 경제의 앵커 역할을 했다. 중국 지도부 중 현재의 물가상승 압력을 잡아내고, 미국발 신용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능력과 카리스마를 가진 경제 전문가가 보이질 않는다. 주룽지가 다시 그리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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