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값 1년새 50%↑… 중국 음식점 '비명'

머니투데이 홍기삼 기자 2007.12.0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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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점도 고충 커… 일부 도매상 사재기 의혹

"도대체 왜 이렇게 밀가루 가격이 자꾸 올라요."

서울 연희동에서 중국 음식점을 하고 있는 박모사장은 7일 CJ제일제당 (310,500원 ▼11,500 -3.57%)이 밀가루 가격을 올렸다는 소식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박사장은 자장면을 만들기 위해 쓰고 있는 2Okg 중력분을 1만8500원에 공급받고 있는데 조만간 무려 1만원이 오른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아 중국 음식점업계가 발칵 뒤집힌 상태라고 했다. 일부 밀가루 도매상들이 사재기를 통해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사장은 또 최근 밀가루 도매상들이 자체적인 수요조절을 위해 제 때 제품을 갖다 주지도 않아 업체에 통사정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한 그릇에 3500원하는 자장면 값을 올릴 수도 없다고 했다. 가뜩이나 경기상황이 좋지 못한데 자장면 값마저 인상하면 안 그래도 줄어들고 있는 손님을 내쫓는 격이라는 것이다.

밀가루뿐만 아니라 최근 자장면에 들어가는 양파나 식용유 가격도 올라 중국 음식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경향은 밀가루가 주 원료인 칼국수 음식점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박사장은 전했다.



마음 같아서는 협의회같은 거라도 조직해 대응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지만, 화교인 자신의 신분상 그럴 수도 없는 처지라고 했다.

연이은 밀가루 가격인상으로 중국 음식점 등 외식업계와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일단 내년 초 제빵, 제과, 라면업계가 20% 내외에서 줄줄이 제품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이날 국내 밀가루 생산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밀가루 제품의 출고가격을 24%~34%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28일 밀가루 출고가를 13%~15% 인상한 CJ제일제당은 두 달 만에 다시 밀가루 가격의 인상을 결정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에도 밀가루 가격을 7%~10% 올렸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라면가격을 평균 7.4% 올린 농심 (382,000원 ▼4,500 -1.16%)은 내년 초 추가가격 인상을 고민중이다. 농심은 CJ가 9월 밀가루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이날 또다시 가격인상을 결정하자 더 이상 내부에서 비용인상을 부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해태제과도 과자류에 들어가는 밀가루 가격이 올라 내년 초 20%선에서 가격 인상을 고민중이다. 기린의 경우 내년 빵 가격을 올리고 제과 제품의 용량을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연이은 밀가루 인상으로 CJ제일제당에 곱지 않은 시선이 돌아오고 있지만, CJ 측은 불가항력적인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원료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업종 특성상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유럽, 호주의 밀 생산량이 급감하고 국제 수급이 불균형 상태를 유지해 국제 원맥가의 폭등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최대 생산국인 미국의 밀 재고량이 23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밀 수출을 억제하는 등 국제 원맥의 프리미엄화가 확대되면서 추가 급등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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