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침대에선 우울한 토끼

윤율로 연합비뇨기과 원장 2007.12.0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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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남편은예, 경상도 사나이라서 그런지 그 일을 시작하면 무조건 진입해서 시작할 만하면 끝내고 내려옵니더, 어떻게 안 될까 예?"

"선생님 지는유, 토끼처럼 시작하자마자 바로 끝나는디 집사람에게 주눅이 들어서 꼴이 말이 아녜유. 제발 지 체면 좀 세워 주세유."



성상담을 하다 보면 흔히 나오는 푸념들이다. 고개 숙인 남성도 문제이지만 원하는 시간을 다하지 못하고 본인의 의지에 상관없이 끝나버리는 것 또한 큰 문제이다. 일간지나 화장실에 광고들이 넘쳐나는 것을 보면 살만한 시대가 돼서 예전에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던 문제에 관심들이 고조되어 가는 듯하다.

이러한 조루증은 가장 흔한 성기능장애로 어떻게 보면 발기부전보다도 훨씬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연령과 관계없이 30-50%의 남성에서 나타나며 실제로 치료에 임하는 사람들은 1/4도 안 된다.



그러면 조루증의 정의는 무엇인가? 1분? 3분? 5분? 1940년대의 유명한 성의학자 킨제이는 남성의 75%는 2분내 사정하며 조루증은 질병이 아니라고 했지만 1970년대의 대표 성의학자 마스터스와 존슨은 조루증을 하나의 질병으로 보았고 이후 여러 가지 정의가 내려져왔다.

시대적인 관점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스트레스나 환경호르몬 등등 복잡한 사회적 배경의 일면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부부간의 형평(balance)이다. 어떤 사람은 토끼처럼 짧아도 문제없을 수 있고 어떤 이들은 뱀이나 물개처럼 오래가면서도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토끼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면 억울할 수도 있다. 토끼로서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해도 본인이나 배우자 어느 한쪽이나 모두가 만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수의적으로 끝나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서 이야기한 서로에 대한 배려와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기질성 원인, 즉 신체적인 질환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경우는 원인적 치료를 하면 호전될 것이나 배우자의 태도나 말 한마디는 환자의 심리적 상태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쳐 치료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즉 "이게 뭔교? 토끼요?"라든지 "그러믄 난 어떻게 하라는 거예유? 당신만 좋음 다유?"하고 공공연하게 푸념조나 핀잔조로 나온다든지 "흥!"외마디를 지르면서 돌아누워 잠든다면?

이는 남편의 수행불안(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긴장이 고조되어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신적 문제 중 하나로 발기부전까지 초래할 수 있다)이 심해지고 조기사정 또한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따뜻하고 모성애의 보듬는 자세로"괜찮아요, 함께 노력 해봐요"라든지 "저는유 더 짧아도 괜찮아유 오늘만 날인가유?" 한다면 모든 문제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한 치료 또한 쉬워진다.

치료에 있어서의 문제점은 상대방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전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거나, 원인을 잘 파악하지 않고 일률적인 치료에 맡겨버리는 것이다.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 후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여 부부가 함께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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