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장수기업의 경영비결은 뭘까

김형진 기자 2007.12.1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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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book]

솔직해져 보자. 사회공헌이 기업의 매출증대로 직접 연결된다고 믿는 사장님들은 얼마나 될까. 달력 뜯겨져 나갈 때마다 봉급 걱정부터 하는 CEO가 직원ㆍ고객ㆍ사회를 최대가치로 놓는 '행복경영'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대기업 회장님들이 앞 다퉈 '행복경영론'을 펴고 회사로고에 '행복날개'를 달아 붙인 그룹까지 나오니 대놓고 콧방귀는 못 뀐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행복경영을 먹고 살만해지니 생기는 '부자병' 쯤으로 여긴다. "우리가 뭐 땅 파서 돈버는 줄 알아?" 사회환원 요구에 못 이겨 지갑을 여는 손등엔 "아깝다"는 글씨가 오롯이 새겨져 있다.

[book]장수기업의 경영비결은 뭘까


국내의 대표적 '행복경영 전도사'인 조영탁 휴넷 대표도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행복경영(김영사 펴냄)>에서 윤리적 차원의 당위론은 가급적 언급하지 않았다. "선진국 기업들은 이미 행복경영을 실천하고 있어요" 식의 계몽주의는 반발심만 더 부추길 뿐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스타벅스 등 너무 많이 접해 되레 식상한 사례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선별해서 소개했다.



대신 저자는 행복경영을 진심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이들의 오해부터 풀어 준다. "불량직원을 버스에서 하차시키고, 함량미달 고객을 과감하게 해고하라." 저자는 "기업이란 기본적으로 수익 창출이 목적인데 사해평등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오랫동안 높은 이익을 거두며 장수하는 기업들이 직원·고객 등의 행복을 중시한 것은 맞지만 피아는 확실히 구분했다는 얘기다. CEO가 보듬어야할 직원은 회사와 비전을 같이하는 충성직원에 한정되고 '고객은 왕'이라고 할 때의 고객 역시 직원의 사기를 꺾어놓는 함량미달 고객은 절대 아니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전제하고 보면, '상생의 프레임'이 꽤 현실감을 띤다는 사실이다. 단기적 이윤 극대화와 장기적 성장 사이의 골치아픈 딜레마는 말끔하게 사라진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 보자.


"기업과 경영자는 직원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해서 직원이 행복해지면 직원은 기업의 존립 근거가 되는 고객행복에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는다. 또 기업과 직원은 힘을 합쳐 사회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만족을 실현한 고객은 지속적으로 그 기업을 찾는다. 그렇게 되면 기업의 수익은 높아져 주주의 행복도 커지게 된다."

돌아보면 국내의 행복경영 풍토는 걸음마 수준이다. 큰 기업의 회장님 중에 상당수가 '큰 집'에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럴 때면 외국 언론들은 어떻게 알고 1면에 관련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내건다.



"나만의 행복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당사자는 항변하겠지만 조직의 비전 공유와 투명한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이래선 안된다. 직원들이 겉으로는 "회장님 힘내세요" 할지 몰라도 주인의식이 약해지면 조직은 역시너지를 낸다.

이 책은 원래 저자가 4년여 전부터 해오고 있는 메일서비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주제별로 글의 호흡은 짧지만 메시지는 구체적이고 선명해 밑줄 긋고 싶은 곳 투성이다.

"굳이 선후를 매기자면 직원행복이 고객행복에 우선하며 기업윤리는 법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또 CEO가 혁신을 주문할 땐 없는 없는 위기라도 만들어 조직에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120만 명의 네티즌이 매일 아침 그러하듯 책을 조금씩 곱씹어 먹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행복경영/조영탁·정향숙 지음/김영사 펴냄/314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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