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입주예정자들의 '놀라운 힘'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2007.11.3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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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인하·발코니확장 '바가지 담합 철퇴' 등 관행타파 앞장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티'의 힘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단순히 팬클럽이나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동호회차원을 넘어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해가는 '지역 커뮤니티 카페'의 힘이 날로 커지고 있다.

아파트 분양이 되는 순간부터 입주예정자들은 자발적으로 인터넷 카페를 개설, 여러가지 정보를 공유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계약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한다. 때론 입주예정자들에게 불합리한 조건을 개선시키는 역할도 해낸다.



단지규모가 클수록 또 지역적 연대감이 높은 신도시에서 이러한 '지역 커뮤니티 카페'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하다. 판교신도시 35개 아파트단지 입주예정자 동호회로 구성된 '판교신도시 입주예정자연합회'가 바로 그런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판교신도시 입주예정자연합회는 최근 아파트 중도금 대출금리를 끌어내렸다. 5개 민간건설사(LIG건영·한림·풍성·대광로제비앙·이지건설)가 판교신도시에 분양한 아파트 3400가구의 중도금 대출금리를 은행과 협상, 0.4~0.5%포인트 낮춘 것.



현재 아파트 중도금 대출 금리는 입주자의 신용도가 아닌 건설사의 신용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들 아파트 분양 건설사들은 대형 건설사에 비해 신용도가 낮았다.

중도금 대출은 입주후에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합회 소속 입중예정자들은 "중도금 대출을 인하하지 않을 경우 은행들의 공동 주택담보대출 입찰에서 제외시키겠다"는 '으름장'으로 이를 관철시켰다.

예컨대 금리가 0.4%포인트 낮춰진 LIG건영 입주예정자들의 경우 가구당 대출금액이 1억6000만원이라면 연간 63만여원을 아낄수 있게 됐다.


이들은 건설사와 시행기관의 불합리한 법규와 관행을 뜯어고치는 놀라운 힘도 보여줬다.

발코니 확장비용이 자유롭게 매겨질 수 있는 '정책의 구멍'을 교묘히 이용했던 건설사들의 '바가지 담합'도 깨뜨렸다. 연합회가 건교부와 국민고충위원회에 발코니확장공사비 과다책정과 폭리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에 건교부는 부랴부랴 올해 중 이에 대한 표준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제도화시켜 폭리와 담합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연합회는 입주를 위해 꼬박꼬박 내야하는 '중도금 선납부' 관행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 법적으론 공사일정에 따라 중도금 납부시기가 재조정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이 공정률과 관계없이 관행적으로 입주예정자들에게 중도금을 걷어왔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밝혀진 것.

이 역시 시행기관인 건교부와 성남시, 대한주택공사가 행정지도에 나서 최근 일부 아파트 단지가 중도금 납부시기를 재조정하는 것으로 수용된 상태.



연합회는 이밖에도 교육청을 대상으로 학교설립, 학급인원수 문제 등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고 관철되지 않을 경우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판교신도시 입주예정자 연합회의 이 같은 활약상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이를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아파트 단지와 신도시지역 커뮤니티 카페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주거공간에 대한 소비자의 권익 찾기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압력단체로서 지역이기주의를 양산할수 있는 '님비'라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동판교 납골당 부지 이전에 대한 집단 대응을 들고 있다.



이에 대해 판교신도시 입주예정자연합회 김지호 사무국장은 "연합회는 민간건설사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구성돼 있긴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면서 "판교 입주민의 40%를 차지하는 임대단지에 대한 불합리한 설계와 공사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연합회 임원진들은 판교가 최고의 명품신도시로 조성될 수 있도록 감시하기 위해 무보수로 자발적으로 나선 사람들"이라며 "판교신도시가 고분양가에 분양된 만큼 헛되게 비용이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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