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악화에서 패닉까지(I)⑤

더벨 황은재 기자 2007.11.2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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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패닉]"구조화債, 채권시장 파괴력 컸다"

이 기사는 11월29일(17:1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미디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달러 유동성 부족, 본드스왑스프레드 확대, 이에 따른 손절, 구조화채권 물량 가세, 채권시장 패닉 공포의 확산"



28일 카드채 사태 이후 사상 최고의 금리 급등에 대해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의 신용경색에 따른 달러 유동성 부족이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채권·외환·파생상품 시장이 하나로 엮이면서 파급효과가 극대화됐고 이를 이용한 구조화상품의 등장은 파괴력을 극대화시켰다고 진단했다.



1. 금리 급등의 전조 혹은 시작

11월 들어 주요 해외투자은행(IB)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자산 상각규모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급랭했다. 유동성이 제한됐고, 신용자산에 대한 위험도가 급등했다. 국내시장도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통화스왑(CRS) 금리가 급락하면서 CRS페이 이후 원화채권을 샀던 포지션에 손실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채권을 팔고 베이시스스왑 리시브(CRS리시브+IRS페이)이나 CRS 아웃라이트 리시브 등을 통해 손절매에 나섰다. 이후 베이시스스왑 거래는 본드스왑 스프레드 확대로 연결되는 단초를 제공한다.


CRS시장과 FX스왑시장의 패닉은 채권금리 상승으로 연결됐고 불안감이 시장을 흔들었다. 채권과 CRS 금리가 큰 폭으로 벌어지자 반대로 금리차익거래 메리트는 더 확대됐다. 자금 사정이 비교적 넉넉한 외국인은 무위험 차익거래 기회를 누리기 위해 나섰다.

머니투데이 The Bell이 지난 28일 한국증권업협회가 제공하는 장외채권 거래 데이터를 바탕으로 외국인의 채권 매수 추이를 집계한 결과, 스왑베이시스가 -200bp 이상 벌어졌던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통안증권 3조8086억원, 국채는 1조6823억원을 순매수하했다. 채권시장에서 매수 언덕은 외국인이었다.



2. 영악하고 기민한 외국인..바벨 전략(?)

외국인은 전 기간물 채권을 사지 않았다. 금리차익거래 이익이 큰 부분만 골라 샀다. 주로 3개월물, 6개월물이 가장 많았고 1년 내외 구간을 골라 샀다. 3개월, 6개월은 금리차익거래 이익이 가장 큰 구간이다. 외국인은 지난 20일부터 6일간 6개월 미만 채권만 2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계은행 국내지점 등은 단기물을 외국인에게 헐 값으로 넘겼다. 한편 이 기간중에 투신사의 대규모 채권매도도 나타났다. 물론 외국인이 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기물을 쓸어담은 외국인은 중기물로 금리차익거래 영역을 넓히지 않았다. 대신 장기물로 매수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26일과 27일 외국인은 10년만기 수준의 국채를 4000억원 이상 샀다. 거래 주체는 달랐던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인 외국인 포트폴리오는 중기채를 제외한 단기채와 장기채 매수에만 국한됐다. 은행과, 투신 등에서 금리 상승 등으로 손절이 나오는 상황에서 외국인 포트폴리오는 채권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국인의 매수에도 단기금리는 하락하지 않았고, 장기금리는 외국인의 스퀴즈 영향으로 큰 폭으로 떨어지며 5-10년 채권금리가 역전됐다. 외국인의 바벨포지션 구축은 중기물 채권을 왕따로 만들었다. 장기금리가 하락하면서 중기물 금리를 압박했지만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 상승과 은행채 발행 압력 등으로 중기물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결국 중기물 채권금리는 단기물과 장기물보다 더 크게 올랐다.

이런 와중에 1.에서 나타난 베이시스스왑 리시브 거래에 따른 IRS페이 포지션을 IRS 리시브로 꺾으면서 본드스왑 스프레드는 더 확대됐고 IRS 금리는 떨어졌다. 또 채권시장의 장기금리 하락과 헤지펀드의 IRS 장기물 오퍼는 IRS 기간물간 스프레드를 축소시켰다. 반면 IRS 단기물은 CD 금리 상승이라는 벽에 막혔다.



트리거가 나올 여건은 차츰차츰 형성되고 있었고 각종 재료의 화학반응이 시작됐다.

3.CMS Spread Range 구조화債, 방아쇠를 당겨야했다

CMS Spread Accrual은 수익률 곡선의 형태에 따라 이자가 변동하는 구조화채권으로 장기 변동금리가 단기 변동금리를 상회하면 높은 고정금리를 지급하고 반대의 경우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구조다. (6.0% *n/N, n:CMS5Y-CMS3Y>-0의 형태)



그러나 IRS 장단기 스프레드가 축소되면서 이자가 전혀 나오지 않을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27일 3-5년 스프레드는 파(Par)로 떨어졌고 28일 3-5년 스프레드는 -3bp로 내려앉았다. 이처럼 장단기 IRS 스프레드가 축소되면서, 다시 말해 수익률 곡선 평탄화로 채권가격이 하락하자 장기물 IRS를 리시브하고 단기 IRS를 페이하는 스프레드 거래로 헤지 수요가 유입됐다.

이 때문에 IRS 장기물 금리는 단기물 금리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고, 장단기 스프레드는 더 축소되면서 CMS 스프레드 구조화채권 계열의 헤지 수요가 지속됐다.

이에 따라 IRS와 채권과의 금리차는 더 확대됐다(본드스왑스프레드 확대). 다시 IRS를 페이하고 채권을 샀던 포지션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27일 2년 본드스왑스프레드가 -43bp까지 치닫자 일부 손절물량이 나왔고, 28일에는 먼저 포지션을 정리하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채권을 팔고 IRS를 리시브하는 거래가 급증했다.



결국 채권금리는 급등, IRS 금리는 급락했다. 패닉으로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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