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투자금 4조달러"-NYT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7.11.2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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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을 비롯한 산유국들이 두둑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왕성한 투자욕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 북아프리카, 동유럽 등 발전 속도가 빠른 이머징마켓도 이들의 레이더망 안에 있다.

뉴욕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산유국들이 투자를 위해 확보하고 있는 오일달러가 4조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유가 급등세가 계속될 경우 투자처를 찾는 오일머니는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아부다비투자청은 신용위기로 경영난에 빠진 씨티그룹에 75억달러를 지원하는 대신 전환사채를 받기로 지난 27일 합의했다. 전환사채의 수익률은 11%이며 전환가격은 31.83~37.24달러다. 수익률도 높고 전환 가능성 역시 높아 아부다비투자청에 남는 장사다. 이번 투자를 둘러싸고 월가 전문가들은 씨티의 굴욕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아부다비투자청이 향후 현 주가(29.75달러)기준으로 전환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씨티그룹 지분 4.9%를 보유하게 된다. 이는 현 최대주주인 사우디 왕자 알왈리드 빈 탈랄이 보유한 지분을 웃도는 것으로 둘의 지분을 합칠 경우 10%에 육박한다. 중동 자본이 월가의 상징 씨티를 삼킬 날이 머지 않은 셈이다.



아부다비 국부펀드는 씨티에 앞서 AMD의 지분 9%를 사들였고 지난 9월에는 사모펀드 칼라일의 지분 7.5%를 매입하는 등 왕성한 투자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두바이증권거래소는 나스닥과 북유럽 증시 운영사를 합친 합병기업의 지분 20% 매입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두바이 국부펀드가 헤지펀드인 오크지프 캐피털 매니지먼트 그룹의 지분 9.9%를 12억6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중동 산유국들의 투자금은 대부분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다. 캠브리지에너지리서치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원유 수출로 번 돈이 2430억달러였던데 비해 올해 9월까지 수출 금액은 6880억달러를 넘었다.


리먼브러더스의 에드워드 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걸프 연안국들의 경제 규모는 사이즈로만 봤을 때는 네덜란드 수준이지만 원유 수출 수입으로 매주 50억달러의 돈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동 국가 뿐 아니라 러시아, 카자흐스탄, 적도기니 같은 국가들도 원유 수출로 번 돈을 모아 국부펀드를 조성하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이미 180억 달러의 국부펀드를 조성했다.



오일머니의 타깃은 미국을 벗어나는 추세다. 두바이포트월드의 미 항만 인수 시도 당시 미 의회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자 미국을 벗어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미국 투자에 예전 보다 자금이 덜 필요하긴 하지만 자산의 가치와 매력이 낮아진 것도 미국에 등을 돌리는 이유 중 하나다.

맥킨지글로벌인사이트의 다이나나 파렐 이사는 지난해 말까지 전세계에 투자된 오일달러가 3조4000억~3조8000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그는 "유럽이 이들의 가장 주요한 타깃이며 아시아와 중동, 북아프리카 등에 25% 정도가 투자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오일머니는 그러나 중동 국가들의 폐쇄성으로 인해 정확한 집계가 어렵고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 서국 국가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오일머니 투자가 계속 늘어나면 경기 과열과 자산 버블이라는 부작용을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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