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아직도 2% 부족하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11.2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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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들, "주가 턴어라운드 멀었다" 미온적 반응

씨티그룹이 27일(현지시간) 75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아랍에미레이트(UAE)의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에 매각키로 함에 따라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고 뉴욕 증시가 급등하는 등 금융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아부다비투자청이 이번에 인수한 75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일반 주식으로 전환하게 될 경우 씨티그룹의 지분 4.9%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현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보유한 지분까지 합하면 중동계 자본이 씨티그룹 지분 10% 가까이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씨티그룹의 자금 조달 성공 소식은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 사태로 자금운용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씨티그룹에게 매우 큰 희소식이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과 펀드 매니저들은 씨티그룹이 75억달러의 자금을 수혈받았음에도 현 시점에서는 더 이상 씨티그룹 주식에 더 이상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단 찰스 프린스를 이어 후임 최고경영자(CEO)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퍼시픽 파이낸셜 플래너스의 사장인 제리 슬러시윅스는 "조만간 씨티그룹 주식을 다시살 기회가 올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로선 씨티그룹의 주가가 바닥을 쳤는지 섣불리 밝히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은 주가수익률 8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JP모간체이스와 와코비아 역시 9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어 전반적인 은행의 저평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슬러스윅스는 "대부분 은행들의 주가가 저평가돼 매력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씨티그룹과 JP모간체이스를 일단 검토 대상에 넣었다"고 밝혔다. 그는 "두 은행의 성장 전망은 밝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아부다비투자청이 씨티그룹의 전환사채에 75억달러를 투자한 것은 씨티그룹의 신뢰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금융 부문의 신뢰에 대해 표를 던진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이어 "씨티그룹으로의 자금 유입이 부진한 은행 부문의 밸류에이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날 이 소식은 시장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슬러스윅스는 새로 선임될 CEO 등 씨티그룹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CEO는 앞으로 씨티그룹을 쇄신할 많은 대안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회사를 쪼개 수익이 나지 않는 부문과 비핵심 사업부문을 비롯한 부문을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씨티그룹은 은행 부문의 리더고 가치가 있음을 증명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히 수익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클레이모어 그레이트 컴퍼니즈 라지캡 그로스 펀드의 매니저인 짐 휴젯은 "씨티그룹이 여전히 장기 전망이 밝고 가치있는 회사라고 보지만, 떨어지고 있는 나이프를 손으로 직접 잡기란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펀드는 최근 6주간 씨티그룹의 비중을 2% 미만으로 줄였다.

도이치방크 애널리스트들도 부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도이치방크는 자금 유입이 씨티그룹의 재정 사정을 안정화시킬 수는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금 유입이 씨티그룹 주가에 충분한 유연성을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도이치방크는 씨티그룹에 대해 '매도' 의견을 부과하고 있다.

BMO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인 조지 라자브스키는 "씨티그룹은 아부다비투자청에 전환사채를 매각한 것 이외에도 비핵심 사업부문 매각과 유상증자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존 맥도날드 역시 "75억달러 자금 유입은 씨티그룹의 4분기 상각으로 상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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