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2011년 8조달러, 미국의 딜레마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7.11.2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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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 국부펀드 씨티 투자로 이미지 개선, 투명성은 논란

아부다비투자청(ADIA)의 씨티그룹 투자로 국부펀드의 파워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렇다면 국부펀드의 불투명성을 비롯 안좋은 이미지까지 개선될 수 있을까.

AP통신은 ADIA의 씨티그룹 투자를 계기로 고유가에 따라 중동지역의 경제력이 급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국부펀드에 대한 논란도 더불어 거세지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국부펀드 외면할 수 없다" 미국의 딜레마
미국 관리들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국부펀드를 걱정해왔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사태로 심각한 위기를 맞은 씨티그룹의 정상화를 돕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관점의 접근도 형성되고 있다.

이같은 상반된 생각은 미국이 국부펀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할 것인지 딜레마에 빠진 것을 보여준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국부펀드의 자본 유입이 필요한 반면 국부펀드가 미국의 핵심 기업의 주요주주로 부상할 경우 국가안보까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경제를 위한 피터슨 재단'의 에드윈 트루먼은 "ADIA의 씨티그룹 투자는 국부펀드 이슈의 복잡함을 보여준다"며 "일부 전문가들은 국가안보에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도 포함시켜야한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ADIA가 국가안보와 직결된 씨티의 주요주주로 등재됐으며 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ADIA가 씨티에 소수 지분만 투자한 것 역시 정치권을 중심으로 강하게 형성된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파악했다.

◇국부펀드 2011년엔 8조달러


국부펀드 논란은 점증할 수 밖에 없다. 메릴린치 조사에 의하면 국부펀드 자산규모는 이미 2조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전세계 헤지펀드 규모보다 크다. 2011년에는 7조9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ADIA만 현재 875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부펀드의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미국 정부는 풍부한 중동달러와 차이나 달러가 자국의 국채를 사주면서 만신창이가 된 달러화를 지지해주는 것에 만족하는 상황이다. 두 지역의 외환보유고가 지금까지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면 달러화는 한단계 더 폭락할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완전히 무시하거나 외면할 수 없다.



올해만 60% 급등한 유가 덕에 아랍 에리레이트 공화국(UAE)을 비롯한 중동 지역 국가들은 돈이 넘쳐단다. 자연스럽게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ADIA의 이번 씨티 투자는 그 한 예다. 모간스탠리는 ADIA가 출범 이후 금융업종에만 350억달러를 투자했다고 추정했다.

◇씨티, 국부펀드 이미지 개선 계기 될 수도
하버드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경제학교수는 "씨티 투자로 국부펀드의 이미지가 오랜 기간에 걸쳐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ADIA는 프로라는 명성이 있는데 씨티의 좋은 주주가 될 것이다. 더불어 국부펀드의 긍정적인 면이 부각됐다"며 "이는 그러나 하룻밤새 완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DIA에 대해 씨티를 '폭탄세일' 기간에 샀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씨티 주가는 올해만 45%나 폭락, 시가총액이 1240억달러가 증발했다.

ADIA의 씨티 투자로 이 은행은 적지않게 안정감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씨티는 4분기 최대 110억달러를 추가상각할 예정이다. 3분기 손실만 65억달러에 달하면서 찰스 프린스 회장이 사임하기도 했다.

ADIA의 투자로 씨티는 내년 상반기중 자기자본 목표치 7.5%를 달성하는데도 힘을 얻게됐다. ADIA측은 전날 투자를 발표하면서 "씨티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닌 훌륭한 회사다. 높은 성장 기회도 있다고 본다"며 "씨티가 주주가치를 증대할 것이라는 점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ADIA의 이번 투자는 씨티가 어려움을 겪던 1990년대를 떠오르게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당시 씨티는 부동산 투자에서 쪽박을 차고 남미 지역 투자 실패로 위기를 겪었다. 이를 이용해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 왕자는 전격 씨티 지분을 인수했다. 지금까지 1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씨티는 정치적인 논란의 의식해 ADIA의 이번 투자는 수동적인 것이며 이사회에 이사를 추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ADIA가 궁극적으로 갖게될 4.9%의 지분 역시 경영권을 장악하기에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국부펀드 불투명성은 근심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루먼은 ADIA가 불투명하다는 걱정은 많다고 지적했다. 트루먼은 세계의 32개 주요 국부펀드를 자금 모집 과정, 지배구조, 투명성, 책임성, 구체적인 행동 등에 따라 평가하고 있는데 ADIA는 최하위를 차지했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아는 바가 별로 없다"는 게 문제였다.



전문가들은 ADIA가 전략적으로 5% 이하의 지분만 투자하며 공시를 피한다고 보고 있다. 자신들의 움직임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것. 로고프 교수 역시 "국부펀드가 언제 재앙이 될 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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