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지갑 풀어도 효과無"..급락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7.11.2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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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매출 증가 불구, '신용경색' 앞에 일제 하락

예상보다 양호한 연휴 소매 매출에도 불구하고 신용경색 우려가 부각되면서 미국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일 보다 239.80포인트(1.85%) 하락한 1만2741.08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33.53포인트(2.33%)떨어진 1407.17, 나스닥지수는 55.61포인트(2.14%) 내려앉은 2540.99로 각각 장을 마쳤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추수감사절과 주말로 이어지는 연휴 매출이 우려했던것보다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뉴욕증시는 상승출발했다.



그러나 신용 악재들을 부각시키는 소식들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하락으로 가닥을 잡은 이후 3대 지수 모두 시간이 갈수록 하락폭이 커진끝에 장중 최저가로 마감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HSBC가 추가로 상각해야 할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이 12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라고 밝혔고 씨티그룹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연방은행이 연말까지 단기 자금시장에 장기 환매 조건부채권(RP) 매입 형태로 8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한 것도 악재중의 하나였다. 연준은 지난해에도 연말이후 1월까지 총 250억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했었다. 이처럼 중앙은행의 연말 유동성 공급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투자자들은 이 역시 자금시장 위축현상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 소비자, 지갑은 풀었지만..

경기침체를 막아줄수 있는 '희망'처럼 여겨지고 있는 소비지출은 시장에 우호적이었다.


쇼퍼트랙에 따르면 지난주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8.3% 증가, 최근 3년동안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음날 토요일의 매출을 합친 주말 매출 증가율도 7.2%에 달했다.

블랙프라이데이 다음 월요일,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는 이른바 '사이버 먼데이'를 맞아 이날 하룻동안 미국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사상최대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호재였다. 마켓워치는 미국의 온라인 시장조사업체인 '컴스코어'가 온라인 트패픽을 근거로 조사한 자료를 인용, 이날 하룻동안 온라인 매출이 7억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블랙프라이데이 주말동안 쇼핑객 수는 4.8% 증가했지만, 1인당 소비금액은 348달러로 지난해의 360달러보다 오히려 3.5% 줄어드는 등 소비위축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 찜찜했다. 전미소매협회(NRF)는 월마트, 타겟, 베스트 바이 등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시한 할인매장의 매출은 늘었지만 노드스트롬, 아베크롱비 등 고급매장의 매출은 정체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가 블랙프라이데이 수혜주로 애플을 추천, 애플이 시장 급락 와중에도 0.58% 오르며 선방했다. 아마존 이베이도 오전장에서는 상승세를 탔다.
개장초 지수를 밀어올릴수 있을 것 같았던 이같은 '소비'호재는 오래가지 못했다.

◇ 씨티 HSBC, 신용 경색 '악몽' 상기



세계 최대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소식이 투자심리를 급속히 냉각시켰다. CNBC는 이날 씨티그룹이 최대 4만5000명의 직원을 감원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감원은 채권과 모기지 부문 등 일부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부문만을 도려내는 통상적인 월가의 구조조정방식이 아닌 회사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구조조정 방침이라는 점에서 신용경색의 심각성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씨티는 이미 지난 4월에 오는 2009년까지 전직원 30만명의 약 5% 혹은 1만7000명의 인원을 감원해 총 46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NBC는 씨티의 각 사업부 최고 책임자들은 이미 상부로부터 감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았으며 대상은 최대 4만5000명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씨티그룹 주가는 전날에 비해 6.15% 급락한 29달러 75센트로 마감, 5년만의 최저가로 곤두박질쳤다.

이날 HSBC는 자사의 2개 구조화투자회사(SIV)를 대차대조표에 반영하기 위해 350억달러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주도로 설립이 추진중인 이른바 슈퍼펀드가 본격 출범하기 전에 HSBC 스스로 SIV의 자산을 급하게 유동화시킬 경우에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자산가치 급락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돼 SIV 불똥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골드만삭스는 HSBC가 추가로 상각해야 할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이 12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라고 밝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골드만삭스 홍콩의 로이 라모스 애널리스트는 지난 24일자로 발송한 투자 노트에서 "HSBC가 인수한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업체 하우스홀드인터내셔널 등으로 HSBC의 부실 자산은 계속 쌓이으며 이런 상황이 내년까지 연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HSBC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HSBC주가 역시 2.6% 하락한 82.54달러로 마감하며 52주 최저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UBS는 신용경색 회오리의 한 가운데에 있는 정부 출자 모기지 회사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투자 의견을 모두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패니메의 목표 주가는 88달러에서 31달러로, 프레디맥은 87달러에서 28달러로 대폭 낮췄다.
이 여파로 패니매는 10.19% 폭락했고 프레디맥도 7.44% 급락했다.

리먼브라더스도 5.6% 급락하는등 주요 금융주들이 일제히 내려앉으면서 아멕스 시큐리티 브로커/딜러 지수가 4.3% 밀려났다.



◇ 유가 상승세 주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에 나설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국제 유가가 소폭 하락 마감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약달러 여파로 장중 한때 98.25달러까지 올라갔으나 증산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전날에 비해 48센트(0.5%) 소폭 하락한 97.70달러로 마감했다.



에드워드 마이어 MG글로벌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지금까지 다음달 5일로 예정된 OPEC 회의에서 증산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을 너무 가볍게 생각해왔다"며 OPEC가 증산에 합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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