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도 못보는 '베스트' 애널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07.11.2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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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활황에 몸값 급등...마케팅 매달려 분석 뒷전

애널리스트 1000명 시대다. 올해 증시 활황으로 증권사 리서치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애널리스트의 수요도 높아진 덕분이다. 몸값도 덩달아 뛰었다. 한두번 이직하면 연봉을 50%이상 더 받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팽배하다.

덕분에 애널리스트를 꿈꾸는 사람도 많아졌다. 최근 증권사에서 실시한 신입사원 공채시험의 경쟁률은 100대1이 넘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경력직 채용은 다른 산업으로까지 확대됐다. 경제연구소는 물론 일반기업의 마케팅, IR, 홍보, 연구소 등 다양한 부문에서 채용하고 있다. 이들은 재무적인 부문은 약하지만 산업에 대한 이해와 마케팅 또는 보고서 작성 능력이 뛰어나 장점으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애널리스트는 수적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제대로된 리포트를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힌 사람중에서 재무제표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제기되고 있다.



애널리스트는 크게 채권을 중심으로 발행자의 신용도를 다루는 크레디트(credit) 애널리스트와 주식 가치평가와 매매추천을 담당하는 에퀴티(equity research) 애널리스트로 구분된다.

에퀴티 애널리스트는 다시 증권사에서 일하는 셀사이드(sell side) 애널리스트와 자산운용사에서 일하는 바이사이드(buy side) 애널리스트로 나누어진다.

셀사이드 애널리스트는 섹터별로 기업가치를 분석하고 '매수' '보유' '매도' 등의 투자의견을 제시한다. 일반 개인 투자자들도 쉽게 볼 수 있는 기업분석자료가 바로 셀사이드 애널리스트들이 내놓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업무중 기업분석의 비중은 30%에 지나지 않는다.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작업이 20%이고 나머지 50%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무는 마케팅이다. 바이사이드 애널리스트는 내부 자산운용을 필요한 분석을 하기 때문에 100% 기업분석업무만 하면된다. 리포트를 화려하게 제작하지 않아도 되고 마케팅도 필요없다. 대신 연봉은 셀사이드 애널리스트에 비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셀 사이드 애널리스트의 마케팅 업무란 주로 법인브로커와 함께 자산운용사에게 전화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종목을 추천하는 일이다. 애널리스트의 수입이 자산운용사가 해당 증권사 창구로 매매한 금액과 비례하기때문에 마케팅이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셀사이드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아무리 잘써도 마케팅을 하지 못하면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부각될 수가 없다. 반면 리포트를 잘 쓰지 못해도 마케팅을 잘하면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베스트로 알려진 애널리스트의 분석자료들을 추이해보면 연초 전망한 실적과 연말 조정한 예상 실적이 매우 상이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한다. 전망오류의 방향과 범위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커 실력문제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적발표를 앞두고 예상실적을 급조정하는 사례도 많다. 기업내부정보를 활용해 미리 예상치를 조정해 놓음으로써 실제 실적과 격차를 줄이려는 의도다.



기업이 전략적 회계행위로 부진한 실적을 감추려는 치팅행위에 대해서도 눈감아 주는 사례도 있다는 후문이다. 예를 들면 영업이익은 줄어도 인센티브 비용을 줄이거나 비용 처리기준을 달리해 이익감소폭을 줄인 것을 재무제표를 통해 눈치를 채더라도 기존 '매수' 의견을 유지하기 위해 모르는 척 하는 애널리스트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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