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Gloomy 'Black Friday'

머니투데이 김능현 기자 2007.11.23 15:49
글자크기

연말 쇼핑시즌 시작…부진한 매출 전망으로 우울한 소매업체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23일 '블랙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연말 쇼핑 시즌이 시작됐다.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네째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을 일컫는다.

이날부터 크리스마스까지 4주간 이어지는 쇼핑시즌을 계기로 소매업체들의 실적이 흑자로 전환된다는 의미에서 블랙이라는 접두어가 붙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추석에 해당하는 올해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우울하기만 하다. 경기침체, 달러 약세, 고유가라는 3중고가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은 그 어느 해보다 가볍다.

미시간 대학이 발표한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76.1을 기록, 2005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비자신뢰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하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은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비관론 일색이다. 미국 소매연합(NRF)은 올해 연말 소매업체들의 매출 증가율이 4.0%(전년대비)에 그쳐 지난해(4.6%) 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컨설팅 업체인 알바레츠 & 마샬의 고위 임원인 핀리는 "소매업체들은 이번 쇼핑시즌을 계기로 주택경기 침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고유가의 무서움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말 쇼핑시즌 매출이 부진할 경우 그 여파는 소매업체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부진하다는 것은 경기침체가 본격화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울한 '블랙프라이데이'를 예고하듯 엔/달러 환율은 이날 2년5개월만에 108엔선을 뚫고 내려왔다.

증시 급락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증가,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이 가속화됐기 때문으로 풀인된다.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했던 기관들이 빚청산에 나서면서 엔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



중국 위안화도 사상 처음으로 달러당 7.4위안대로 떨어졌으며 달러/유로 환율도 1.49달러를 돌파하며 유로화 출범 후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있다.

소비둔화뿐 아니라 신용경색 사태 이전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자사주를 대거 매입했던 미국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자사주를 내놓기 시작한 것도 증시에 부담이다.

연준에 따르면 2002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금융업종을 제외한 상장사들은 1조5000억달러 이상의 주식을 자사주 매입했다. 올해 2분기에만 1925억달러의 주식이 유통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신용경색 사태 이후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특히 일부 부채를 동원해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들은 주가 하락으로 비상이 걸렸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닉 리치오 애널리스트는 "자사주 매입과 차입매수(LBO)가 수십개 투자등급 기업의 신용도를 떨어뜨리는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120억달러를 조달해 224억달러어치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홈대포의 경우 신용등급이 A플러스에서 BBB마이너스로 강등되기도 했다.



이날 미국증시는 오후 1시에 조기 마감된다. 주목할 만한 지표나 실적도 발표되지 않는다. 전날 1% 이상 급락한 만큼 소폭 반등 가능성도 있지만 휴일을 앞두고 주식에서 채권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는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후 3시 30분(한국시간) 현재 아시아 증시는 한국, 대만을 제외하고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