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세계 증시, 반전은 언제쯤

유일한 기자, 김병근 기자 2007.11.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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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위험 회피 극심…저가매수-연준 금리인하 관심

미국의 신용경색 불안감이 한층 고조되며 일단 위험을 피하고 보자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씨티그룹 등 월가의 대형 은행들은 물론 프레디 맥 등 정부가 지원하는 모기지 업체까지 서브프라임 투자로 엄청난 손실을 입으면서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위험자산으로 손꼽히는 증시는 지지선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지선 없는 급락세..기술적 반등도 힘겹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3대 지수는 1.5% 안팎 급락하며 모두 200일 이동평균선을 이탈했다. 10월 중순 1만4200에 근접했던 다우지수는 1만2800마저 이탈했다. 지난 8월 급락 때에도 지켰던 300일선을 이탈, 지지선이 매우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추수감사절 휴일은 앞두고 '무조건 팔고 보자'는 투매가 꼬리를 물었다.



영국의 FTSE100지수가 2.5% 급락하는 등 유럽증시에서는 서브프라임 손실이 큰 시장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 여파는 고스란히 아시아시장으로 전해졌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고점 대비 20%나 급락한 이후 22일 들어서는 저가매수에 힘입어 반등했지만 종가는 1만4888.77엔으로, 1만5000엔이 채 안된다. 2월말 1만8300엔을 넘던 닛케이였다. 10월말 3만2000에 육박했던 홍콩 항셍지수는 2만6000대 중반으로 주저않았다. 중국 본토인들의 직접투자가 물건너갔다는 악재가 컸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컸던 중국 상하이 증시는 이날도 4% 가까이 급락하며 남다른 조정을 거치는 모습이다. 전날 3.5% 급락했던 코스피지수는 기술적 반등에도 실패했다.

선진 증시는 이미 대부분의 지지선을 이탈했으며 대만 한국 등 해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증시도 낙폭이 컸다.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동시에 증시 압박
미연준(FRB)은 20일 경기전망을 통해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이 최저 2%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유는 주택시장 침체와 갈수록 위세를 더하는 신용경색이었다. 월가 은행들의 대규모 상각에 따라 대출이 위축되고 이는 소비에 영향을 줘 내년 미국 경기를 침체로 몰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증폭됐다.


이 와중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전날 최고 99.29달러)에 근접하며 인플레이션 위험을 자극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금융시장을 압박한 것이다. 때문에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안전자산 선호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iTraxx Crossover' 지수는 8월 이후 처음으로 400을 넘어섰다.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연준은 아직 부동산 침체와 신용시장 경색의 무서움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며 "조만간 91년 이후 처음으로 소비 침체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에 무게를 실는 지표는 끝이 없다. 이번주 발표된 미시간대학의 소비자 심리지수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리타'가 강타한 때와 유사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위험이 싫다..안전자산으로 '고고'
UBS의 윌리엄 오도넬 투자전략가는 "글로벌 증시는 끔찍한 조정을 종종 받아왔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며 "미국의 연착륙 성공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중자금은 달러와 주식을 피해 엔화, 국채에 몰렸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의 국채 거래량이 2배로 급증했고 채권수익률은 저항선을 돌파했다. 2년만기 재무부채권 수익률은 2004년12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장중 3% 아래로 밀려났고 10년만기 수익률은 4%를 이탈하며 채권 가격이 2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유로화와 스위스 프랑에 대해 사상최저치를 경신했다. 특히 엔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급등했다. 안전선호에 따라 고금리와 고위험-고수익을 찾아 이동했던 엔화 자금이 본국으로 역류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2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반등했지만 109.0엔조차 넘지 못했다.

◇바닥탈출은 다음달 FOMC 주목
지난 20일 20억달러 손실이라는 실적 쇼크와 더불어 배당금 절반 축소 계획을 밝힌 프레디 맥은 하루 29%나 폭락했다. 이 정도면 반등이 나올 법도 하지만 21일 프레디 맥은 3% 또 급락했다. 투자심리가 매우 심하게 망가진 것을 대변한다.

RBS 그리니치 캐피털의 데이비드 아더 채권전략가는 "(주식시장을 지지하던) 댐이 무너졌고 시장에는 국채를 사고 다른 자산을 팔려는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전했다.

증시가 바닥을 확인하고 반등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이처럼 최고조에 달한 위험 회피심리가 완화되는 게 급선무다. 그 계기는 이번주 추수감사절 특수보다 다음달 11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가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가 걸리긴 하지만 연준은 경기침체를 막기위해 세번째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업종별로는 신용경색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금융주 반전이 관건이다. 유동성 위기설까지 나온 컨트리와이드는 급기야 10달러가 무너졌다. 씨티그룹 역시 작년말 57달러에서 계속 급락, 30달러를 위협받고 있다.

8월 중순 이후 두달 만에 나타난 폭락으로 가격 메리트는 어느때보다 높아졌다. 투자심리만 안정되어도 상당한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

홍콩에 위치한 RBC 자산운용의 요지 다케다 주식운용 책임자는 "닛케이지수 1만5000이 안되는 닛케이지수는 밸류에이션 관점에소 볼 때 매우 매력적"이라며 "높아진 배당수익 등을 보고 기관투자가 중심의 저가매수가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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