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품도 괜찮아요. 한 번 보세요."
은행 직원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강력 추천하는 상품은 이 은행의 자회사에서 운용하는 펀드다.
계속 시큰둥한 표정을 하자 이 영업 직원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든다.
"이 펀드는 비과세 혜택도 있어서 세테크도 할 수 있는 상품이에요."
# 점심 때 만난 한 애널리스트가 다소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낸다. 지수가 2000을 넘기 전 주가 상승 속도에 대해 조심스러운 시각으로 보고서를 냈는데 한 자산운용사에서 호출이 왔다는 것.
애널리스트를 호출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그렇게 시장 발목을 잡는 얘기를 하면 '거래'를 끊겠다며 몰아세웠단다. 문제의 운용사는 최근 단기간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끌어모은 상품으로 집중조명을 받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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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운용사의 호출을 받은 애널리스트는 다른 대형 증권사에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 머니마켓펀드(MMF)까지 합친 펀드 설정액이 300조원에 달한다.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이미 100조원을 넘어섰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판매된 펀드 계좌수는 1588만개에 이른다. 1가구 1펀드 시대가 열린 셈이다.
'펀드강국'이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는 외형이지만 내면에서 비쳐지는 실상은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