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도 위협…사상 최대 프로그램 매물
2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5.25포인트(3.49%) 내린 1806.99를 기록했다. 지난 12일(-67.05포인트)이후 가장 크며 역대 10위의 낙폭이다. 5일째 하락하면서 총 165.59포인트나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이날에만 32조3700억원이 사라졌고 5일간 82조5940억원이 날아갔다.
이날 하락은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는 가운데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885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차익거래는 8707억원으로 지난 8일(8946억원)이후 두번째로 큰 매도규모였다. 이날 프로그램 매도금액은 1조5502억원으로 전체 매매대금의 24.8%였다. 전체 판 세력의 5분의 1이 프로그램이었던 셈이다.
현재 선물시장은 매도의 악순환(선물매도→베이시스 악화→프로그램 매물→지수 하락→선물매도 강화)이 시작됐다. 최근들어 미결제약정이 본격적으로 급증하는 것도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본격적 조정 인정…향후 전망 '우울'
전문가들은 조정에 들어갔음을 시인해야 한다며 앞으로의 전망도 우울하게 내다봤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생각보다 빠르지만 중기 조정에 들어갔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리스크가 다시 강화되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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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800까지 위태로운 상황이어서 기술적 분석 관점에서도 추가하락을 각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전형적인 쌍봉의 모습으로 1700∼1720 구간까지 밀릴 수 있다"며 "앞으로 1∼2개월은 조정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낙폭과대에 따른 반등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근 8거래일동안 20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기 때문에 기술적 반등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2000을 단숨에 회복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8월중순 급락 당시는 펀더멘털(기초여건)이 뒷받침돼 강한 반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기업실적이 올 4/4분기를 정점으로 내년 1/4분기 하락곡선을 그릴 수 있는데다 경기도 마찬가지여서 반등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미국증시가 빠른 시일내에 안정을 찾기도 쉽지 않아보여 총체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기관들이 당장 저가매수에 나서기 보다 바닥을 확인하려는 모습이 강한 것도 반등에 대한 믿음을 깎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어제 오후 투신권이 1500억원 가량 실질 순매수로 돌아서자 지수가 쉽게 60p 넘는 반등을 보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기본적으로 연기금과 투신권이 주식을 사줘야 하지만 아직은 때가 이르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증시 안정의 해법은 금리인하 밖에 없다는 견해도 많다. 일부에서는 12월 11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한번 깜짝 카드를 꺼내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FOMC는 이미 수차례 추가 금리인하가 없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힌 바 있어 금리인하가 돌파구가 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