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특판 약발도 안먹히고 …"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7.11.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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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정기예금 출시 불구 판매효과 기대이하

자금 조달에 있어 은행들의 '필살기'로 간주되던 특판 정기예금 마저 '투자 열기'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잇따라 금리를 높인 특판 예금을 내놓고 있지만 판매 속도, 조달 효과 모두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제 한자리수 금리로는 고객을 잡을 수 없다"는 푸념까지 나올 정도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달 8일부터 ‘큰사랑 큰기쁨 고객사은 특판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예금상품 만기별로 연 5.7%(1년제), 5.9%(2년제), 6.1%(3년제)의 금리가 각각 적용된다. 판매한도는 1조5000억원이다.



한도는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주 초 한도가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판매 속도는 과거에 비해 현저히 저조한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1조5000억원 정도면 과거에는 20영업일이면 다 팔리는 규모인데 35영업일 정도에 마무리되는 것"이라며 "두배 정도 더디게 팔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판 예금으로 인한 자금 조달 효과도 기대에 못미친다. 보통 특판 예금이 판매될 때는 거액 예금에 대해서도 별도의 우대금리를 주는 경우가 많아 특판으로 인한 순증효과는 특판 한도의 두배 정도로 본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특판전인 지난 10월5일 32조1467억원에서 전날 현재 33조5001억원으로 특판 규모 정도인 1조3543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8일부터 1년제 금리를 최고 연 6.1%까지 지급하는 특판을 하고 있는 우리은행도 9영업일만인 전날 현재 4220억원어치가 판매됐고, 이 기간 중 전체 정기예금 잔액도 4600억원 증가에 그쳤다.

국민은행도 지난 1일부터 창립기념일을 맞아 올 연말까지 와인정기예금 가입 고객에게 0.25%포인트 우대금리를 주고 있지만 실적은 신통찮다.


와인정기예금 잔액은 10월말 3조1825억원에서 20일 현재 3조4462억원으로 2637억원 느는데 그쳤고, 전체 정기예금 잔액은 같은 기간 56조9084억원에서 56조4494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이처럼 은행들이 특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고객들이 펀드 투자 등에서 고수익에 익숙해져 금리 민감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펀드 등에 투자해서 몇개월만에 두자릿수 수익률을 올려 본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 6%대의 금리가 눈에 들어올리 없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자리수 금리로는 투자자들을 돌려세우기 힘든 실정"이라며 "고객 이탈을 막는 정도로 만족해야할 정도로 특판 효과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특판을 하면 수익증권에 투자하려던 고객들이 얼른 가입하곤 했는데 지금은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특판을 통한 자금 조달마저 쉽지 않으니 은행들의 자금 조달은 더 힘겨울 수 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채 발행 등 시장 조달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어 예금으로 조달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하지만 금리를 웬만큼 올려서는 효과가 없어 당분간 대출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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