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vs김경준'··BBK '진실게임'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7.11.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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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만남·동업배경부터 다스투자·이면계약서까지 엇갈린 주장

'이명박vs김경준'··BBK '진실게임'


이젠 '진실게임'이다. 올 12월 대선 정국의 메가톤급 변수인 BBK를 두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의 주장이 정면으로 엇갈리고 있다.

한때 '동지' 관계에서 '적'으로 변한 이 후보와 김씨가 하나뿐인 '진실'을 사이에 놓고 사활을 건 승부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 후보와 김씨는 첫 만남의 시점과 배경부터 배치되는 답을 내놓고 있다. BBK의 진짜 주인이 누구냐를 두고도 둘의 설명은 다르다. 이 후보의 실소유 의혹이 제기된 (주)다스의 BBK 투자 배경에 대한 주장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진실을 규명해 줄 '열쇠'인 이면계약서의 존재 및 진위 여부를 두고도 상극의 주장이 오간다. 엇갈리며 난무하는 주장들에 끼여 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진본은 18쪽짜리, 이면합의없어"vs"30쪽짜리 이면계약서 제출"

이 후보의 BBK 주가조작사건 연루 의혹을 밝혀 줄 핵심 '키'는 이른바 '이면계약서'의 진위 여부다. 김씨는 이 후보와 체결한 '이면계약서'에 이 후보가 BBK의 실제 주인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의 부인인 이보라씨는 이날 미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두 4장의 계약서 존재 사실을 공개했다. 이씨는 "한글 계약서는 이 후보의 BBK 소유를 증명하는 계약서이고, 나머지 독립적인 3개의 영문계약서는 모든 주식을 이 후보의 LKe뱅크로 되돌리는 서류"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당시 금감원 증권업 허가를 받기 위해 각각의 회사를 분리시키는 계약서를 별도로 만들어 제출했으며 주주들은 'side agreement(이면 계약)'를 맺었다고도 했다.

이 후보가 지주회사 개념의 LKe뱅크를 통해 BBK, EBK 등의 주식을 소유하도록 하는 이면계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면계약서' 원본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23일까지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 후보는 "이면합의란 있을 수 없다"며 이면계약서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김씨가 주장하는 이면계약서는 'AM 파파스 주식거래계약서'로 진짜 진본은 18쪽 짜리라는 것이 이 후보측의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진본을 확보하고 있다며 김씨측의 '이면계약서'는 '위조'된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 "李명함, 브로셔등 모두 위조"vs"李 비서 이진영이 '진짜'라고 진술"



이 후보가 BBK의 실제 주인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됐던 명함과 브로셔를 두고도 양측의 설명은 다르다.

이 후보는 '위조전문가'인 김씨가 조작해 만들었으며 실제 사용된 바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 본인도 명함과 브로셔의 존재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해 왔다.

이씨는 그러나 이날 "이 후보의 최측근이자 비서인 이진영씨가 지난해 8월 다스가 제기한 재산압류 소송에서 미국 소송 디포지션 진술(재판 증인신문)에서 이 후보의 명함이 실제 명함이고 브로셔도 위조가 아닌 진짜라고 증언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디포지션 내용은 다스와 미 연방검사, 저희가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후보가 날조라고 이야기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씨의 주장에 대해 "명함과 브로셔는 위조되거나, 존재는 했지만 폐기된 서류라고 이미 언급한 바 있다"며 "이 후보와 김씨가 EBK를 함께 만들기로 추진하던 당시 김씨가 만들었을 수 있지만 실제 사용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 "다스 투자, 김백준이 BBK 추천"vs"다스, 이명박회사 자기돈 투자"



이 후보의 처남(김재정씨)과 큰 형(이상은씨) 소유로 이 후보의 차명 보유 의혹을 사고 있는 (주)다스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배경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이 후보는 측근인 김백준씨는 통해 다스에 BBK 투자를 자문했다고 해명하고 있는 반면, 김씨는 이 후보가 본인 소유의 다스 자금을 BBK에 투자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이날 회견에서 "다스 김성우 사장은 미국 소송에서 다스가 자체적으로 독립적으로 투자를 하기 전 BBK의 주주, 임원진 등에 대해 조사를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기업 대표가 투자 대상 회사의 사정을 모른 채 190억원을 투자했다는 것은 이 후보가 다스의 실소유주임을 방증하는 것이란 설명으로 들린다.

김씨도 지난해 4월 미국 소송 증인신문에서 "이 후보가 2000년 2월 '내 회사에서 돈을 좀 빼야 하니까 그냥 가서 인사만 하고 오면 된다'고 해서 김성우를 만나고 (투자계약서에) 사인하고 왔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다스의 자문 요청으로 잘 아는 금융인이었던 김백준씨를 소개했고, 김백준씨가 투자를 자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2003년 다스와 김경준간 민사소송에서 담당변호사에게 제출한 진술서)"며 단순 투자 자문만 했다고 밝혔다.



◇ "2000년1월 김경준이 프로포즈"vs"1999년초 이명박이 새사업제안"

이 후보와 김씨가 처음 만난 시점, '파트너십'을 맺게 된 과정도 정면으로 갈린다.

이 후보는 지난 19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제가 (미국에서) 귀국한 2000년초 김씨 본인이 (저를) 찾아와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당시 김씨가 'e뱅킹'에 대한 브리핑을 했고, 김씨의 부모님과 에리카 김의 부탁을 받아 사업을 함께 하게 됐다고도 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사퇴한 후 1998년 미국으로 떠났다 귀국한 2000년 초 일면식도 없던 김씨를 처음 봤고, 사업 내용과 김씨 가족의 부탁을 모두 고려해 '동업'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씨 부인 이보라씨는 그러나 21일 기자회견에서 "남편이 이 후보를 만난 것은 1999년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에리카 김도 2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0년 이전(기억은 1998년께) 경준이가 한국에서 투자상담 전문가로 근무하며 잘 나갈 당시 이 후보가 먼저 새 사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에리카 김은 "어떤 부모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다 큰 아들을 잘 봐달라고 하나. 경준이와 이 후보가 사업을 하던 중 경준이의 초청을 받은 부모님들이 한국에서 이 후보를 만난 것"이라고도 했다. 둘 사이의 만남 시점과 동업 배경에 대한 설명이 이 후보의 주장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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