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왜 영장실질심사 포기했나

장시복 기자 2007.11.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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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의혹의 핵심인물 김경준씨가 18일 오전 돌연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장실질심사란 피의자가 구속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전담판사 앞에서 마지막 '항변'을 할 수 있는 기회. 이 때문에 실질심사를 포기한다는 것은 곧 구속을 순순히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전날 영장청구 당시 김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했으나 불과 몇시간만인 18일 새벽 1시께 법원에 이를 철회했다. 그동안 검찰이 수년간 충분한 기초조사를 벌여와 영장이 기각될 확률은 적어 보인다. 김씨 송환 요청을 승인한 미국 관계 당국도 범죄인 인도 청구서에 나온 김씨의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김씨는 위조 여권을 만들어 도피한 전력이 있으며, 그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 정치권의 이해 관계가 크게 갈리는 만큼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우려도 높은 편이다. 이 상황에서 김씨가 실질심사를 포기했다는 것은 구속이 된 경우를 대비해 미리 '전략'을 세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즉, 김씨의 범죄사실 가운데 특경가법상 횡령 및 주가조작 등의 혐의는 입증이 될 경우 구속은 물론 중형이 예상되기 때문에 혐의를 시인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해 감형을 받아내려는 속내라는 추측이다.



따라서 김씨는 검찰 수사에 협조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재판에서 양형 참작 사유로 제시하는 한편 구속상태에서 적극적인 주장을 펼쳐 자신의 단독 범행이 아닌 공범이었음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송환 당시 소지한 '문서'도 자신의 죄를 부인하려는 자료가 아닌 이 후보 등 공범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검찰의 신속하고 집중적인 추가수사로 자신의 혐의에서 '주범'과 '공범'의 관계가 뒤바뀔 경우 김씨에게도 유리한 정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김씨의 실질심사 포기 전략의 이유로 분석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영장 기각으로 석방이 되는 것보다는 구속이 되는 것이 자신의 신변의 위협을 덜 받는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의 압박이나 취재진의 극심한 취재 경쟁을 피하기 위해 실질심사를 피했다는 얘기다.

전략의 이유가 무엇이든 김씨가 구속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별다른 지장없이 검찰이 이 후보 연루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본격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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