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브프라임 위기 실물경제로 전이

머니투데이 김능현 기자 2007.11.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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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제 3중고, 스태그플레이션 가시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파급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모기지 부실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주택담보대출 이자 상환 부담이 급증한 데다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미국인들의 소비 여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가능성을 처음 경고한 바 있다.



고유가+약달러..물가 비상

고유가는 지난 9월 이후 미국 물가는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8월 0.1%(전월대비) 떨어졌던 소비자물가는 9월과 10월 두달 연속 0.3%(전월대비) 올랐다.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고유가의 영향으로 가솔린 가격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어 연말 물가가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주 갤론당 2.78달러였던 가솔린 가격은 이번주 들어 3.1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수입물가는 10월 들어 9.6%(전년대비) 급등했다.

미 노동부 이코노미스트 패트릭 잭맨은 "가솔린 가격이 현 추세대로 상승할 경우 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0월에 비해) 0.25%가량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락하는 집값 '바닥이 안보인다'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미국 주택시장 부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언급은 주택경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민간 연구소인 센서스뷰로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보유율은 지난 3분기 68.1%로 전분기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주택보유율은 2004년 69.2%로 정점을 기록한 후 하향 추세를 이어왔다.

주택매매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9월 주택매매 건수는 전년대비 19% 감소한 504만채(연율)기록, 지난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이 기간 기존주택매매 가격(중간값)도 4% 이상 떨어졌다.

올해 초 200을 웃돌던 S&P/케이트 쉴러 주택가격지수도 지난 8월 197.16까지 떨어졌다.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미국의 주택압류 건수는 전년보다 2배 가량 급증했다.

모기지 시장 조사업체인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주택압류건수는 63만5159건(일평균 196건, 파산·경매 포함)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00% 늘었다. 특히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주요 지역의 압류 건수가 전체의 44%를 차지해 심각성을 더했다.

리얼티트랙 최고 경영자 제임스 사카시오는 "주택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더 주택압류건수는 내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갑 닫은 美 소비자

고유가와 주택가격 하락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감소로 직결됐다. 지난 10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쳐 9월의 0.7%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주택경기 침체를 반영, 가구 매출이 0.9% 감소했다.

소비심리도 악화됐다. 지난 7월까지 상승 추세를 보였던 소비자신뢰지수는 8월 신용경색 사태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11월에는 75.0까지 떨어졌다.



소비자신뢰지수는 100 이하일 경우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수석 이코노미스트 에이비드 위스는 "소비자들은 주택가격하락,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 증가, 고유가라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1.5%, 0.6%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은 3.5%를 기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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