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昌의 '국밥순례'에 빠진 것은?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7.11.14 17:02
글자크기
휴게소 비빔밥, 소고기국밥, 따로국밥, 기사님식당….

이회창 대선후보의 변신이 심상찮다.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3일치 지방버스 투어에서 이 후보는 간단한 국밥과 해장국으로 매 끼니를 때웠다. 동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방투어가 아니라 국밥집 순례"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왔을 정도.

숙소도 마찬가지. "호텔방 아니면 안 묵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귀족이미지가 강했던 이 후보는 거리낌 없이 16.5㎡(5평)짜리 4만~5만원대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5년전 '옥탑방'이 뭔지 제대로 답하지 못해 '위장서민'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그다.



딱딱하고 냉철한 기존이미지와 달리 이른바 '촛불개그'(자기를 희생하는 개그)도 여러차례 선보였다. 13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계란봉변'을 당한 이 후보는 14일 부산의 한 강연에서 "어제 계란마사지를 했더니 못난 얼굴이 좀 예뻐 보이죠"라고 유머감각도 발휘했다.

고속도로 휴게실에서는 기자들과 '호도과자 간담회'도 가졌다. 이 후보는 탁자 위에 올라가 연설하는 게 누구 아이디어였냐는 질문에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내가 키가 작어. 허허"라고 받아넘겼다.



그러나 '서민후보' 어필전략에 성공한 듯 보이는 이 후보에게도 맹점은 있다. 대선이 한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검증할 수 있는 정책조차 없다는 것.

이 후보는 지난 10일 중소기업인들과의 북한산 등산에서 "공약이나 정책은 아직 말씀드릴 계제가 아니다. 공표할 때가 되면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전·대구·부산의 지역 강연 및 간담회에서도 지역현안이나 정책방향보다는 왜 정치전면에 다시 서게 됐는지, 대선후보로 나선 명분이 뭔지가 주를 이뤘다.


이제 '귀족'이라는 꼬리표는 뗀 듯한 이 후보. 손에 잡히는 정책을 통해 한발짝 나아가지 못한다면 그가 연일 피력하는 "진정한 정권교체"의 명분도, "국민속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