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대선후보의 변신이 심상찮다.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3일치 지방버스 투어에서 이 후보는 간단한 국밥과 해장국으로 매 끼니를 때웠다. 동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방투어가 아니라 국밥집 순례"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왔을 정도.
숙소도 마찬가지. "호텔방 아니면 안 묵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귀족이미지가 강했던 이 후보는 거리낌 없이 16.5㎡(5평)짜리 4만~5만원대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5년전 '옥탑방'이 뭔지 제대로 답하지 못해 '위장서민'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그다.
고속도로 휴게실에서는 기자들과 '호도과자 간담회'도 가졌다. 이 후보는 탁자 위에 올라가 연설하는 게 누구 아이디어였냐는 질문에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내가 키가 작어. 허허"라고 받아넘겼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중소기업인들과의 북한산 등산에서 "공약이나 정책은 아직 말씀드릴 계제가 아니다. 공표할 때가 되면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전·대구·부산의 지역 강연 및 간담회에서도 지역현안이나 정책방향보다는 왜 정치전면에 다시 서게 됐는지, 대선후보로 나선 명분이 뭔지가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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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귀족'이라는 꼬리표는 뗀 듯한 이 후보. 손에 잡히는 정책을 통해 한발짝 나아가지 못한다면 그가 연일 피력하는 "진정한 정권교체"의 명분도, "국민속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