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은 길고 험난한 과정 속에서 수많은 악기가 한데 어우러져 조화로운 연주를 통해 탄생하는 '오케스트라'과 같은 것이다. 세계적인 신약의 개발에 10년에서 15년의 기간이 소요되고 10조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되니 보험으로 치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확률이 거의 없는 비인기 상품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상황은 좋지 않다. 신약개발을 본격적으로 하기에는 제약업계의 매출 및 이익이 턱없이 적고 정책도 미래에 대한 예측보다는 현재의 매출비중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최근 타결된 한미 FTA 협상에서도 제약 산업은 대표적인 피해업종이 되어 버렸다. 앞으로 전개될 한-EU FTA 협상이나 유사한 전철을 밟아 나갈 것이 명약관화해 보인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도 최근 실시되고 있는 포지티브리스트 제도로 인해 어렵게 개발한 신약이나 개량신약의 경우에도 경쟁력 있는 약가 등재가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제네릭의 경우 무차별 약가 인하로 인해 신약개발을 위한 투자의 기반마저 무너져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약개발에 필요한 생명공학, 화학, 의학, 약학 등의 분야에 많은 우수한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신약개발의 병목지점인 임상시험을 위한 기관 및 기술수준도 최근 들어 많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기존 개발 완료된 13개의 국내 개발 신약 이외에도 임상시험 단계에 약 40여개의 신약후보물질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 중 다수의 후보물질들이 이미 해외 다국적사에 라이센싱 되어 개발 중이거나 해외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블록버스터 신약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적을 갖고 있는 스위스가 전 세계 10대 제약회사 중 3개를 보유한 신약 강국이 된 것처럼 우리나라도 가까운 미래에 제약 산업이 신약개발을 통한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발돋움 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