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칼럼]신약개발은 '오케스트라' 같은 것

이관순 한미약품연구센터 소장 2007.11.14 12:13
글자크기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바이오뉴스는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힘쓰고 있는 제약회사 연구소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신약칼럼'을 연재합니다. 매주 수요일 찾아갑니다. 그동안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연구원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이후 제약사의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연구소의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신약칼럼]신약개발은 '오케스트라' 같은 것


필자가 처음 제약업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0년대 중반이었다. 그 당시 국내 제약업계는 선진국에서 개발한 의약품을 모방하기 조차 어려웠던 수준으로 신약개발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제약업계는 13개의 국내개발 신약을 보유하고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그리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눈부신 발전을 한 셈이다.

 신약개발은 길고 험난한 과정 속에서 수많은 악기가 한데 어우러져 조화로운 연주를 통해 탄생하는 '오케스트라'과 같은 것이다. 세계적인 신약의 개발에 10년에서 15년의 기간이 소요되고 10조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되니 보험으로 치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확률이 거의 없는 비인기 상품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이 신약개발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는 성공이 가져다줄 막대한 독점적 이익 때문이다. 성공적으로 신약 1개를 개발하여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할 경우 보통 매년 약 1조원의 매출과 3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낼 수 있다. 제대로 된 신약 1개를 개발하면 수익성 좋은 대기업 하나가 새로 생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상황은 좋지 않다. 신약개발을 본격적으로 하기에는 제약업계의 매출 및 이익이 턱없이 적고 정책도 미래에 대한 예측보다는 현재의 매출비중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최근 타결된 한미 FTA 협상에서도 제약 산업은 대표적인 피해업종이 되어 버렸다. 앞으로 전개될 한-EU FTA 협상이나 유사한 전철을 밟아 나갈 것이 명약관화해 보인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도 최근 실시되고 있는 포지티브리스트 제도로 인해 어렵게 개발한 신약이나 개량신약의 경우에도 경쟁력 있는 약가 등재가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제네릭의 경우 무차별 약가 인하로 인해 신약개발을 위한 투자의 기반마저 무너져가고 있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제약회사들의 신약 R&D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글로벌 시장을 노크하는 기업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국내 의약품 생산시설 운용 및 허가제도의 선진화는 단기적으로는 국내 제약 산업에 많은 어려움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신약개발에 필요한 생명공학, 화학, 의학, 약학 등의 분야에 많은 우수한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신약개발의 병목지점인 임상시험을 위한 기관 및 기술수준도 최근 들어 많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기존 개발 완료된 13개의 국내 개발 신약 이외에도 임상시험 단계에 약 40여개의 신약후보물질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 중 다수의 후보물질들이 이미 해외 다국적사에 라이센싱 되어 개발 중이거나 해외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블록버스터 신약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적을 갖고 있는 스위스가 전 세계 10대 제약회사 중 3개를 보유한 신약 강국이 된 것처럼 우리나라도 가까운 미래에 제약 산업이 신약개발을 통한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발돋움 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