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약' 만드나 마나(?)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7.09.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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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대원제약 펠루비정 비급여…사실상 판매 불가

국내 중소 제약회사가 개발한 신약의 보험등재가 무산되면서 신약 개발이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8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고 대원제약 (14,650원 ▼170 -1.15%)이 개발한 국내 제 12호 신약 ‘펠루비정’(성분명 펠루비프로펜)에 대해 비급여 판정을 내렸다. 전문의약품은 비급여 판정을 받으면 보험적용을 받지 못해 약가가 지나치게 비싸져 판매가 거의 불가능해 진다. 대원제약의 입장에서는 신약을 개발했다해도 매출을 거의 올릴 수 없게 되는 셈이다.

펠루비정은 NSAIDs(비스테로이드) 계열 신물질 소염진통제로 대원제약이 지난 2001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았다.



심평원 측은 펠루비정이 아무리 국산 신약이라고 해도 비슷한 효능을 가진 약품의 평균가보다 높게 약가를 신청할 수 없다고 비급여 판정의 이유를 밝혔다. 대원제약 신약의 효능이 기존의 의약품보다 월등히 좋거나 가격이 비슷해야 하는데 이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원제약은 심평원의 이 같은 결정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대원제약은 이번에 펠루비정의 보험 등재가를 정당 260원으로 신청했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소염진통제의 경우 정당 300원 이상의 보험 등재가를 받고 있다”며 “개발된지 오래돼 효능이 떨어지는 다른 소염진통제와 제네릭(복제약) 약값을 기준으로 평균가를 기준으로 삼아 펠루비정이 비싸다고 평가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펠루비정은 식약청의 신약 허가를 받으면서 효능이 기존 제품에 비해 뛰어나다는 것을 이미 검증받았다”며 “국내 개발 신약이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더라고 정당 260원은 비싼 가격이 아닌 만큼 급여 판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심평원의 이같은 결정이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의욕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신물질 신약을 만들어 놓고도 이를 판매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심평원이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의 효능을 못 미더워하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열악한 조건에서도 신약 개발에 매달리는 국내 제약사들이 충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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