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마디에 '울고 웃는' 李와 昌

오상헌 기자, 구미=정영일 기자, 대전=이새누리 기자 2007.11.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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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분 수습국면...昌 지지율 하락 위기오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말 한 마디가 지지율 1, 2위인 두 대선 후보를 '울고 웃게' 만들고 있다.

12일에는 그간 얼굴을 찌푸렸던 이명박 후보가 웃었고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다소 겸연쩍게 됐다. 박 전 대표가 12일 한나라당을 통한 정권교체 의지를 재확인하고 나서면서다.

'사면초가'에 몰렸던 이명박 후보는 숨통을 트게 됐다. 분열 위기까지 내몰렸던 한나라당의 '내홍'도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반면 '혈혈단신'으로 정글판에 뛰어든 이회창 후보는 그에 걸맞는 외롭고 험난한 싸움을 벌일 처지가 됐다.



◇李의 손 들어준 朴, 昌엔 비판= 박 전 대표는 이날 닷새 동안의 칩거를 끝내고 처음 말문을 열었다. 기자들과 만난 박 전 대표는 이명박 후보의 진한 '구애'를 고심 끝에 받아들였다.

이명박 후보가 전날 '정치적 동반자'로 자신을 추켜세운 데 대해 "저는 제가 한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했다. 경선 승복 후 당의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것은 모든 당원의 열망"이라며 "저는 한나라당 당원이고 한나라당 후보가 이명박 후보인 것에 변함이 없다"고도 했다.

동시에 탈당 후 무소속 출마에 나선 이회창 후보에게는 "정도가 아니다"며 각을 세웠다. 이회창 후보와의 '연대설'을 일축하고 일단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두 대선 후보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李 "朴과 내 뜻은 같아" 즉각 환영= 전날 '공'을 넘긴 채 초조하게 박 전 대표의 입만 바라보던 이명박 후보의 표정엔 생기가 묻어났다. 이 후보는 공교롭게도 박 전 대표의 입장을 경북 구미의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는 도중에 전해 들었다.


이명박 후보는 박 전 대표가 이회창 후보를 비판한 데 대해 "저도 같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전날 기자회견을 거론하며 "어제 저도 어떤 이유로도 이회창 전 총재의 탈당 출마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 했다"는 '사족'도 덧붙였다.

꽉 막힌 '체증'이 풀렸다는 듯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와 저는 뜻이 같다. 원칙적으로 같다"며 "정권창출, 좌파정권의 집권 저지에 뜻이 같으므로 합심해서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즉각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박형준 대변인은 "원칙을 지키는 큰 정치인다운 면모를 보여줬다"고 박 전 대표를 추어올렸다.

◇昌, 朴입장 이해하지만… = 이회창 후보는 상대적으로 덤덤한 반응이었다. 전국투어를 위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충청 지역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측근들로부터 박 전 대표의 입장을 전해 들었다.

이회창 후보는 박 전 대표의 "정도가 아니다"는 비판 발언에 대해 "현 상황에서 그 분으로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이미 예상했다는 듯 그 이상의 '첨언'도, '사족'도 붙지 않았다. 측근들도 말을 아꼈다. 이혜연 대변인은 "후보의 말씀 이외에 어떤 달리 입장이 없다"고만 말했다.

캠프 차원의 공식 논평도 반응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적잖은 위기감이 감지된다. 박 전 대표의 말 한 마디에 여론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회창 후보의 여론 지지율은 급상승 추이에서 출마 후에는 20%대의 정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더욱이 적잖은 부분이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로 구성돼 있다. 박 전 대표의 이 후보 지지 의사 표명으로 지지율이 빠지는 위기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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