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으로 올린 수익, 달러가 깎아먹네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7.11.0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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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표시 원자재에 투자 때는 환율 리스크도 감안해야

이번 주말 회사 동료의 아기 돌잔치에 초대받은 박과장 씨는 돌반지 대신 '봉투'를 준비하기로 했다. 가격이 10만원을 웃돈다는 얘기에 반지를 사러 나섰다가 발걸음을 돌렸기 때문.

금 값이 말 그대로 금 값이다. 국제 금 시세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금에 투자하는 상품을 개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투자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과 관련된 원자재 펀드와 은행권의 금 적립 상품에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6년 3월부터 금 값 상승을 예상하고 신한은행의 '골드리슈'에 가입, 일찌감치 투자에 나선 S 씨. 인플레이션 우려가 촉발될 때 금 시세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른다는 그의 분석대로 국제 금 시세는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어느 정도 진정된 것으로 판단, 금 값 상승도 주춤할 것이라는 생각에 같은 해 8월 수익을 확정하기로 한 S 씨는 수익률을 확인한 순간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S 씨에게 돌아온 수익률이 금 값 상승률에 못 미쳤던 것.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복병은 달러 약세였다. 국제 금 시세는 달러화로 표시되기 때문에 차익을 실현할 때는 원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떨어진 만큼 수익금이 줄어든 것이다.

S 씨가 금에 투자하기 시작한 당시의 국제 시세는 온스당 585달러. 수익을 확정한 시점의 금 시세는 651달러로 1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S 씨가 실제로 손에 넣은 수익률은 9.7%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972원 대에서 962원 대로 떨어졌기 때문.


금으로 올린 수익, 달러가 깎아먹네


이처럼 금을 포함해 기준가격이 달러화로 표시되는 원자재에 투자할 때는 상품 가격의 등락 뿐 아니라 달러화 하락에 따른 리스크도 감안해야 한다. S 씨처럼 상품 가격이 올라도 달러화 평가절하로 인해 수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가 가파르게 하락하는 시기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S 씨는 "국제 유가(WTI)와 환율, 금 값과 환율의 상관계수는 각각 -0.58, -0.92로 나타났고 특히 금과 달러화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금 자체가 가격 변동성이 매우 높은 상품일 뿐 아니라 환율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올해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 이후 금 값 상승은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대체투자의 성격이 짙다"며 "투기성 자금이 유입된 만큼 가격 급등락 리스크가 높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가격은 온스당 823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 때 금 가격은 827.20달러까지 상승, 28년래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900원 선 아래로 밀린 후 반등했으나 약세 기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원 하락한 906.1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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