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뇌물..국세청 '뇌물고리' 드러나나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7.11.0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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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인사 청탁과 함께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한테서 6000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로 전 국세청장을 구속함에 따라 추가 수사를 통해 국세청 고위직의 뇌물 상납 고리가 드러나게 될지 주목된다.

검찰은 향후 최장 20일 동안 부산구치소에 수감된 전 국세청장을 불러 기소를 위한 보강 수사를 벌이는 한편 여죄를 캐물을 방침이다.



◇ '입막음 시도'가 구속 불러 = 전 국세청장으로서는 정 전 부산청장에게 뇌물 상납 진술을 번복하도록 강요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검찰은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8월말과 9월 2차례에 걸쳐 이병대 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통해 구속수감 중인 정 전 청장의 입을 막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법원은 "증거 조작을 시도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해 전 국세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 국세청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4시간여에 걸쳐 "정 전 부산청장의 진술 뿐 물증이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당사자의 진술이 중요한 뇌물 사건의 특성에 비춰 검찰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범행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전 국세청장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후에도 현직 신분을 유지했다는 것도 증거 인멸 우려를 더했다. 법원은 "진술자가 전 국세청장의 지휘 계통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 전 부산청장에게 이병대 현 부산청장을 보내 입막음을 시도한 것을 '지휘 계통 이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부산지법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도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점을 들어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전형적인 '뇌물 고리' = 이번 사건은 국세청 간부들의 뇌물 상납 고리 일부가 드러났다는 데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정 전 부산청장이 전 국세청장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건넨 돈 일부의 출처는 정윤재 전 비서관의 주선으로 만난 건설업자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받은 1억원이다. 뇌물로 받은 돈이 또다시 뇌물로 쓰이는 전형적인 뇌물 고리인 것이다.



검찰은 정 전 부산청장이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까지 5차례에 걸쳐 전 국세청장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이 정 부산청장이 전 국세청장에게 건넨 나머지 돈의 출처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설 경우 정 전 부산청장의 추가적인 뇌물 수수 혐의와 이와 관련된 인사가 추가로 밝혀질 여지도 있다.

검찰은 정 전 부산청장이 전 국세청장 취임식 때부터 전 국세청장의 집무실에서 서류봉투와 플라스틱 사각 파일 철 등 돈을 1000만원~2000만원씩 넣어 전달했다고 범행 수법을 명시했다. 뇌물 상납이 '관행'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 부분이다.



전 국세청장의 지시로 이병대 현 부산청장이 정 전 부산청장을 만나 '남자로서 가슴에 묻고가라'고 말했다는 사례는 이같은 관행이 존재할 가능성이 충분한 국세청 조직 문화의 일면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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