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짜리 그림부터 사랑하자

박정수 연일아트 대표 2007.11.20 12:25
글자크기

[머니위크]미술품 투자와 감상법 ②미술에 다가서기

미술, 정말 가까이 하기 힘들다. 신경 쓰면서 살기는 귀찮고 아예 관심 끊고 그냥 지나가자니 뭔가 귀중한 걸 빼놓고 가는 기분이다. 워낙 세상이 미술 미술 하니까 돈은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난감하다. 그렇지만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한번 부닥쳐 보자.

막상 시작하려고 해도 미술품은 비싸도 너무 비싸다. 적당히 비싼 것이 아니라 수천만원, 수십억원 한다. 비쌀 뿐이지 도무지 감동이 오지 않는다. 감동적이면 뭐 하나. 보통 사람은 묵묵히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강남의 수십억 하는 아파트가 내 것이 아니듯 45억원짜리 박수근의 그림은 내 것이 아니다. 소장자의 것이다.

그러나 박수근의 45억원짜리 작품이 아니라 거기에 담겨 있는 예술이 바로 지금 내가 당신에게 이야기하려는 대상이다. 마음에 들어도 사지 못하는 45억원짜리 그림과 열심히 감상하며 즐기다 발견되는 30만원짜리 그림과 같다. 그래서 가격이 같다.



“나는 미술 볼 줄 몰라"

미술 볼 줄 몰라도 상관없다. ‘미술품’만 바라보자. 그러면 예술 활동 보다는 투자활동에 더 빨리 다가선다. 이번 주말에는 인사동에 가자.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고 적당한 화랑 몇 군데를 고른 다음 무작정 찾아가는 거다. 혼자 들어서기 머쓱하고 얼굴 팔린다고 생각되면 이성 친구나 아내나 남편이랑 같이 가자. 얼굴 팔림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벽에 죽 늘어선 미술품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통 몰라도 신경 쓰지 말자. 사실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조차도 아무생각 없이 그림을 바라보기도 하기 때문에 그림 앞에서 10초 정도 발걸음을 멈추자. 머릿속에는 오늘 저녁 뭘 먹을까를 생각해도 상관없다.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내가 그림 감상하는 줄 안다. 얼굴에 조금 더 심각한 철판을 깔자.


“이 작품 얼마나 해요?”라고 물으면, “커피한잔 하시겠어요” 라는 말이 곧바로 나온다.

이때부터 아주 진솔된 마음으로 작품에 대해 경청해야 한다. 모르는 표시가 나도 좋다. 인사동의 한적한 전시장에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작품 가격을 물어보면 아주 친절하게 반긴다.



아무 거리낌 없이 궁금한 것들 무작정 물어보자. 화랑이라는 곳은 미술품을 사고파는 영업장이기 때문에 약간의 구매 의사만 밝히면 대우가 달라진다. 얼마짜리 그림을 사겠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묵묵히 가격만 물어보고 그림에 대한 지식만 충분히 쌓자. 과거에는 고상하고 우아한 척하는 돈 많은 사람들만 그림을 사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보통의 그림에 충분한 관심을 두어야 할 시기이다. 수천만 원 하는 그림은 부자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우리의 감성과 예술성 풍부한 30만원하는 그림부터 사랑을 시작하자.

작품명:오래된 기억, 작가명:김영목, 재료:캔버스에 혼합재료. 31.5*41cm, 2007,작품명:오래된 기억, 작가명:김영목, 재료:캔버스에 혼합재료. 31.5*41cm, 2007,


2007년 6월, 30만원에 구매한 작품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