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맞은 토요타, 재도약할까

머니투데이 김능현 기자 2007.11.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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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vs노령화' 논란… 2Q 세계 1위 도약후 품질저하로 주춤

토요타는 1957년 '크라운 토요펫'(사진)이라는 모델을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그러나 미국 도심의 쇼룸에 전시된 이 소형 자동차는 미국인들의 비웃음만 산 채 판매를 접어야 했다.

'칠순' 맞은 토요타, 재도약할까


그로부터 2년 후인 1959년, 절치부심 끝에 다시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 토요타는 1960년대 후반 10만대가 넘는 자동차를 팔아치우며 주목을 받았다. 창립 70주년을 맞은 올해 미국 시장 판매량은 25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토요타는 최근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안팎의 의구심을 받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라는 숫자에 매몰된 가운데 덩치 키우기에 주력하다 보니 최대 강점이었던 '품질 관리'에 소흘했다는 지적이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는 "앞으로 토요타 자동차의 품질이 향상됐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무조건 추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 토요타의 명성에 오점을 남겼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토요타는 47만대에 이르는 대규모 리콜을 발표했다. 이는 토요타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으로 받아들여졌다.

토요타 자동차의 품질 저하 징후가 나타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토요타의 리콜 규모는 전년의 두배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무려 5번에 걸쳐 리콜을 실시, 토요타 품질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올해 제너럴모터스(GM)을 제치고 세계 1위 업체로 부상하겠다는 야망도 사실상 물건너갔다. 토요타는 올해 상반기까지 세계 자동차 판매량에서 GM을 앞섰으나 3분기 들어 다시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인재 관리에서도 헛점도 드러나면서, 핵심 인재를 미국 자동차 업체들에 빼앗기고 있다. 최고위 임원인 짐 프레스와 렉서스 마케팅 담당 부사장 데보라 왈 메이어가 크라이슬러로 자리를 옮긴 데 이어 북미 사업부 책임자 제인스 팔리(45) 부사장도 포드로 이적했다. 특히 북미 시장을 책임지고 있던 짐 프레스를 잃은 것은 토요타의 전략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고품질을 무기로 미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던 토요타의 아성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업계 전문가들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구조조정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사이 토요타는 미래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한발 앞서 있다는 것이다.

미국내 일본 기업들의 성공 요인을 다룬 책 '세상을 바꾼 기기'(The Machine That Changed the World)의 저자 제임스 워맥은 "토요타는 부진은 과장된 측면이 크다"고 단언했다.



워맥은 다만 "토요타는 삶의 진로를 수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토요타가 2010년까지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 15%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나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다 보면 질적인 측면을 소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토요타는 미국에서 이미 시장 점유율 16%(10월 기준)를 초과, 목표를 달성했다.

컨슈머리포트 자동차 테스트 부문 이사 데이비드 챔피온은 "토요타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며 "하지만 한번 얻은 신뢰를 잃는 것은 한순간이며 이는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토요타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토요타가 과거의 신뢰를 다시 얻는데는 앞으로 5~6년이 걸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워맥은 토요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재 부족을 꼽았다. 그는 "일부 핵심 인재의 능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자체적인 인재 양성에 소홀했다"고 말했다.

워맥은 "토요타는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오늘날의 성공을 일궈냈다"며 "토요타가 다시 재기할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고희(칠순)을 맞은 토요타가 다시 한번 도약할지 이대로 늙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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