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당국의 그림 속에 있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7.10.3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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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은 바보야? 천재야?"

30~31일 이틀간 당국이 보인 대응을 놓고 시장이 가지게 된 궁금증이다.

30일 강한 개입에 나섰다가 31일에는 손을 빼면서 원/달러 환율의 900원선 일시붕괴를 자초한 것에 대해 '서툰 엇박자'냐, '고도의 전술'이냐를 놓고 시장의 의견이 엇갈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달러 환율은 아직 당국이 그리는 전략의 테두리 안에 있다. 일시적으로 900원선을 내준 것은 시장의 자체 지지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였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환율은 아직 우리 그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한때 9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에 대해서도 다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개입의 시점과 강도 역시 당국의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정작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31일 강한 개입에 나서지 않은 것은 미국의 '0.25%포인트 금리인하'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먼저 900원선 일시붕괴를 용인하더라도 FOMC 직후 환율이 급락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이는 FOMC가 0.50%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선 890원대 환율까지는 용인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다만 환율이 그 아래로 떨어져 900원선 회복이 어려워지는 상황은 당국도 피하고 싶어 한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심리적 측면에서 900원선의 상징성에 대해 전혀 무심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결국 당국은 900원선을 중심으로 당분간 890~910원 범위의 등락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890원대로의 하락을 용인한 것은 이 전략의 유효성을 타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880원대 아래로의 하락은 막을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막는다는 게 당국의 방침이다. 외환시장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신제윤 재경부 국제금융국장 내정자가 30일 내정자 신분을 무릅쓰고 '구두개입'까지 감행한 것은 그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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