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골드만삭스 유가하락에 베팅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7.10.3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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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익 실현할 때" 분석…투기세력 100弗내외서 철수여부 관심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이 31일 장외 거래에서 배럴당 9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익 실현 때문에 유가가 100달러를 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가시화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골드만삭스는 30일(현지시간) 매주 발간하는 '에너지 위클리'지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 단기간 유가의 상승세가 지속될지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면서 "지금은 차익을 실현할 때"라고 밝혔다.



제프리 커리 등 골드만삭스의 유가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에 대한 롱포지션(매수)을 정리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 급등세로 대체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앙골라산 플루토늄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을 그 근거로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2005년 유가가 슈퍼 스파이크 사이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배럴당 105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본격적인 고유가 시대의 도래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실제로 유가는 골드만삭스의 예상대로 100달러를 향해 가고 있으며, 골드만삭스도 이날 에너지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이익을 실현할 시점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유가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달러 약세, 수요 증가와 함께 유가 급등의 주범으로 꼽혔던 투기 세력이 골드만삭스의 조언 대로 이익 실현에 나설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유가에 이란, 터키 등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프리미엄이 배럴당 20달러 정도 반영돼 있으며, 투기세력 프리미엄도 배럴당 10달러 가량 반영돼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기세력이 시장에서 철수하면 유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기세력들이 이익을 실현하는 시점이 100달러 내외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트렌덱스 커머디티 연구소 소장인 베렌 이슬러는 "최근 유가는 터지기를 기다리는 거품과도 같다"면서 "유가 거품이 터질 경우 갑작스레 급락하는 유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유가가 100달러에 도달했을 시점이 거품이 붕괴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펀더멘털 적으로 유가 100달러를 지지하는 요인은 아무것도 없다"고 분석했다.

마켓워치는 그러나 이같은 하락세는 일시적인 것이며 조만간 강세기조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고 전했다.

런던 메릴린치의 프랜시스코 블랜치 애널리스트는 "골드만삭스의 의견은 너무 빠른 것"이라고 지적하고 앞으로 두 달 동안 겨울철 난방유 수요까지 가세하면 수요는 더 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가는 골드만삭스의 이익을 실현할 때라는 지적과 석유수출국기구의 증산 가능성 시사로 나흘 연속 사상최고치 행진을 접고 급락했다.

그동안 유가 급등세를 애써 외면하던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하루 350만배럴 감산 가능성을 내비쳤다. OPEC은 지난달에도 50만배럴 증산을 결정했지만 양이 작아 급등 진화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모하메드 알 할미 OPEC 의장은 이날 런던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현재 유가는 OPEC의 목표와는 아무 상관 없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적정한 수준에서 유가가 전세계에 공급되도록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만약 시장이 필요로 한다면 OPEC은 350만배럴의 원유를 증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WTI 12월물은 3.37% 급락한 90.38달러에 마감했다. 이어 열린 시간외전자거래에서는 90달러를 하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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