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기지 부실 다음은 카드부실

머니투데이 김능현 기자 2007.10.3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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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지, 美 카드 연체율 13% 급등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다음은 신용카드 대란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잡지 포춘지가 신용카드 발 경제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시절 저금리 정책의 폐해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뿐 아니라 신용카드 부문에서도 불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춘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캐피탈 원, 워싱턴 뮤추얼, 씨티그룹, JP모간, BOA 등 금융회사들의 지난 3분기 카드 연체율은 전분기 대비 평균 13% 상승했다.



현재 미국 신용카드 부채 규모는 915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연관된 부채 규모(9000억달러)와 비슷한 액수다.

씨티그룹은 지난 3분기 신용카드 연체에 대비해 22억4000만달러 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뿐 아니라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충당금 증가도 실적 악화의 중요 요인이었던 셈이다. 씨티그룹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대비 57% 감소했다.



씨티그룹 최고재무책임자 게리 크리텐든은 "최근 신용카드 소지자들이 카드 미결제액이 늘어나고 있으며 현금서비스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이 같은 현상은 카드대란의 전조"라고 말했다.

씨티그룹뿐 아니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캐피탈 원, BOA, 워싱턴 뮤추얼 등도 최근 카드 연체에 대해 준비금을 대폭 늘렸다고 포춘지는 지적했다.

그러나 신용카드 대란이 현실화 될 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마다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


도이치뱅크의 미국 금융부문 애널리스트 마이클 마요는 "신용카드 부문을 주시하고 있다"며 "신용카드 부실 문제가 터질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못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워그룹 애널리스트 데니스 모니는 카드 부실 문제는 주택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경기 침체가 빠른 시일안에 해결돼 주택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면 카드 부실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오지 않고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가격이 상승해 차입 여력이 높아지면 카드 연체도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미리 빌려쓴 카드 대금은 미국 은행들의 재무재표에 자산으로 표시된다. 미 은행들은 이를 유동화하기 위해 자산담보부증권(ABS)를 발행, 시장에 유통시킨다. 이 때문에 카드 부실이 현실화돼 카드자산을 담보로 한 ABS 가격이 하락할 경우, 그 충격은 미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밖에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및 부채담보부증권(CDO) 가격 하락을 초래,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주택이라는 안전판 위에 서 있는 모기지와 달리 신용카드 부실은 그 전체가 곧 금융권의 손실로 연결되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이 같은 카드 부실 우려에 대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CIBC 은행부문 애널리스트 메레디스 휘트니는 "카드 연체율이 최근 소폭 상승한 것은 맞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건전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10여년간 저금리를 바탕으로 과잉소비라는 축제를 누린 미국인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이어 카드 부실이라는 또 한번의 대가를 치르게 될 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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