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그룹 경영체제 변화 오나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2007.10.3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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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김익환 부회장 전격 '컴백'...의미는?

현대·기아차그룹이 한동안 뜸했던 '수시인사'를 통해 김익환 전 기아차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임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아차 홍보실장을 거친 김 부회장은 '홍보맨 출신 사장'이란 타이틀과 함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으나 2005년말 갑작스럽게 퇴진한 뒤 현대·기아차 인재개발원장으로 현업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었다.



김 부회장은 그러나 이번에 다시 '홍보맨 출신 최초의 부회장'이란 타이틀과 함께 컴백하면서국내외 영업과 기획, 재경, 생산, 노무 등 경영전반을 총괄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기아차 (105,600원 ▲2,100 +2.03%)는 이번 인사에 대해 "김 부회장은 기획과 국내·해외영업, 노무 등 핵심 실무업무를 두루 거친 전문경영인으로서 환율,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경영환경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내실경영을 바탕으로 기아차의 수익구조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기아차가 내년에 5종의 신차 출시와 함께 슬로바키아 공장의 본격 가동,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 등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에 접어드는 중요한 시점을 맞게 되는 만큼 이를 종합적으로 조율할 인물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김 부회장은 현대정공(현재 현대모비스) 시절 컨테이어 해외영업을 담당한데 이어 기아차에서 국내영업본부장과 홍보실장, 사장까지 역임, 국내외 영업과 기획 등을 총괄하는 자리에 손색이 없는 인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김 부회장은 정의선 사장과 조남홍 사장보다 한단계 높은 직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영환경을 헤처나갈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 김 부회장이 우선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된 영업손실 등으로 위기에 빠진 기아차의 경영을 정상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 2분기에 잠시 흑자로 돌아서는가 싶더니 다시 3분기에 영업손실을 내면서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조남홍 기아차 사장은 이번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자신했으나, 그룹 수뇌부에서는 투자자들과의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보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인사는 김 부회장에게 사실상 현대차 (250,500원 ▲4,500 +1.83%)의 김동진 부회장과 비슷한 지위와 역할을 줬다는 점에서, 그룹 전반의 경영체제 변화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올해초 박정인 수석부회장이 그룹 전반을 총괄하는 체제로 조직과 인력을 개편한데 이어 3월에는 현대·기아차의 홍보실을 통합하는 등 사실상 그룹직할 경영으로의 변화를 모색해 왔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비자금 사건이 정몽구 회장의 집행유예로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가고 있는데다 내년부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격변기를 맞을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올 연말 인사를 전후해 일정수준의 분위기 쇄신용 인사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그룹이 위기에 빠졌을 때 가동했던 비상체제가 어느정도 일단락되고 나면 다시 현대-기아차가 적절히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김익환 부회장이 기아차 경영의 정상화를 유도하면서 이같은 역할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한편에선 이번 인사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향후 거취와 연결짓는 시각도 있으나 그룹측은 "이번 인사는 기아차의 경영시스템 강화를 위한 것일 뿐, 향후 그룹 경영진 인사와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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