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싹둑 베는' 기업의 '친환경변신'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7.10.3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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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가 기업을 바꾼다]<5-1>제지업체 '한국노스케스코그'의 도전

편집자주 기후변화 시대의 기업에 '기후는 기회'다. 소비시장엔 온난화를 염려하는 친환경 소비자군이, 투자시장엔 기업의 단기이익보다는 이익의 지속가능성을 보는 투자자군이 부상하고 있다. 시장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일부 대기업들은 벌써 기후에서 기회를 잡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탄소정보공개, 포스트교토 등 달라지고 있는 기업 환경과 그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은 기업들의 사례를 전한다.

↑한국노스케스코그 전주공장 전경. <br>
종이재료로 쓰이는 원목(맨위)과 <br>
폐지(가운데)가 쌓여 있다. 이것은<br>
나무가루 상태를 거쳐 펄프, 종이가<br>
된다.(맨아래)↑한국노스케스코그 전주공장 전경.
종이재료로 쓰이는 원목(맨위)과
폐지(가운데)가 쌓여 있다. 이것은
나무가루 상태를 거쳐 펄프, 종이가
된다.(맨아래)


전북 전주의 한 공장에 들어서자 향긋한 소나무 향내가 반겨준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소나무들과 그보다 더 높은 산을 이룬 폐지더미들. 국내 신문용지의 45%가 나오는 이 곳은 매년 85만톤의 종이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노스케스코그 공장이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3위 규모를 자랑한다.

나무를 베어낼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 난 제지업은 시멘트업과 함께 전형적인 반환경적 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한국노스케스코그는 다음달 7일 에너지절약촉진대회에서 정부 포상을 받는다. 에너지 효율 제고와 절약에 적극 투자한 공로를 평가 받은 것이다.

◇'화석연료 제로화' 목표의 제지회사=한국노스케스코그는 최근 사업장의 전력을 자체 공급하는 발전소를 친환경 바이오매스 발전소로 개조하는 350억원짜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2009년 7월부터 가동될 예정인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매일 15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이를 통해 낭비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해 온실가스와 비용을 줄이는 일석이조(一石二鳥)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이 발전소엔 발전 과정에서 발생되는 열을 회수해 제지 공정에 재활용하는 '열병합 발전시스템'도 적용된다. 공장 내 발전소와 전 작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열은 고스란히 모아져 제지 공정이나 작업장 열에너지 공급에 재사용된다.

제지업은 대표적인 에너지다소비업종이다. 나무를 갈아 고운 가루로 만드는 것부터 죽 상태의 펄프를 제조하는 공정을 거쳐 각종 원료를 섞은 후 종이를 떠내고 이를 건조시키기까지, 전 공정에서 많은 양의 열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곳 전주 공장만 해도 제지 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처리할 소각로 3기와 사업장 건물에 열을 공급하는 보일러3기, 벙커C유를 태워 공장 내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 1기가 가동 중이다.

이 공장을 가동하는 것 자체만으로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온실가스 이산화탄소(CO2)가 상당량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지난 10년간 이 공장 환경팀에서 근무해왔다는 안효집 과장은 "지난해 전주 공장은 60만톤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지만 2010년이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며 "그 때 배출량은 지금보다 17% 줄어든 50만톤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이는 교토의정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인 5.2%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그는 이 공장의 '바이오매스 태스크포스(TF)팀'의 일원이다. 이번 바이오매스 발전소 건립을 위해 특별히 꾸려진 이 팀은 이사급 임원인 팀장 1명과 TF 업무만 전담하는 과장급 간부 4명 등 총 16명의 간부급 임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불황 속 투자는 앞날 위한 선택=국내 시멘트 업체도 속속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에 뛰어들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큰 S사가 소성로(가마) 공정에 쓰이는 벙커C유를 액화천연가스(LNG) 등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연료로 전환해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거두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사의 성공 여부를 지켜보는 H사 등 다른 시멘트사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움직임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제지업과 시멘트업 모두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이라 기후변화 대응 전략에 투자할 여력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제지업종에 대해 김진성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많은 제지회사가 더 큰 규모의 구조조정을 필요로 한다"며 "이런 조정 기간엔 압박 요인이 많아 투자여력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제지업이 전통적인 굴뚝 산업이라 성장 가능성이 유망하지는 않지만 환경 부문 투자가 절실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제지 쪽은 미국 등 수출시장이 있어 환경 부문에 투자할 여지가 있는 편이다. 숨통을 틔울 여지가 있다. 내수 건설시장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시멘트 업계는 더 갑갑하다.

↑한국노스케스코그는 발전소 중 <br>
하나를 바이오매스 발전소로 <br>
전환하고 있다.↑한국노스케스코그는 발전소 중
하나를 바이오매스 발전소로
전환하고 있다.
전현식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시멘트업은 남북 경협과 같은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없을 경우 국내 수요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석회를 구워내는 공정은 안정적인 열 공급이 필수인데 벙커C유가 아닌 대체연료를 사용하면 열공급이 불안정해져 시멘트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환경친화적 연료 사용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그렇다 해도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전 세계인의 화두를 피해갈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온실가스 대량방출이 숙명적인 업종이라도 기후변화 이슈에 선대응하는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압박과 시장 구조조정의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노스케스코그의 안 과장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되면 더욱 강한 압박이 진행될 것"이라며 "미리 감축실적을 쌓아두면 앞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강한 체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 규범이 2013년 이후 우리나라에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한 이러한 노력의 성과는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기후가 기업환경을, 기업을 바꾸는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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