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갔던 미국, 더 잘 나가는 중국

김정훈 대우증권 연구위원 2007.10.2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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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의 투자전략]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 할수록 주가는 더 가파르게 올라서 주식은 비싸진다(고주가수익배율(PER)).

성장주를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조정 받을 때만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계속 구경만 하다가 황당한 목표주가가 나오고 주변에서 돈 번 사람 얘기에 더 이상 못 참고 매수하기도 한다.

가치투자 측면에서는 주가가 기업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때 좋은 기업이라도 좋은 투자는 아니라 본다. 성장주를 접근하는데 있어서도 성장주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성장주를 싸게 매수하기를 권한다.



그러나 가치투자의 관점이라면 올해 1월부터 중국주식을 매수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주당순이익(EPS)증가율이 높아도 상해지수 PER이 올 초에 30배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1990년부터 2000년 고점까지 미국 S&P500 기업 중에서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델 컴퓨터, EMC, 어플라이드 머티리얼 등이다. 주로 기술주다. 2000년초 피크 수준에서 델 컴퓨터의 PER이 100배, EMC의 PER은 1000배가 넘었다. PER 1000배는 내가 EMC에 투자했을 때 원금을 회수하는데 천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물론 그 당시에는 주식 매수의 이유가 존재하였으나 고PER 주식이 저PER로 수직 낙하하는 것을 보면 중국 주식도 염려될 수있다. 더욱이 델 컴퓨터는 기술주버블 이후에도 매출이 연간 10% 수준으로 증가한 점을 감안한다면 매출이 올라도 주가는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크게 조정 받을 수 있다.

다만 중국은 조금 다른 시각이 필요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천억의 매출을 달성하는 기업이라면 쉽게 매출을 몇 배로 늘릴 수 있다. 그러나 10조 매출을 하는 기업이 쉽게 매출을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다.

델 컴퓨터가 2000년 이후에도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테크 버블이 깨진 이유도 있겠으나, 앞으로의 매출성장에 한계를 인식하고 있었던 이유도 있다. 2000년 이후 매출이 두 배 성장하였으나 2년 전부터는 매출이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중국 구경제 주식 중에서는 중국선박(조선주)이, 금융주 중에서는 중신증권이 가장 많이 올랐다. 중국 증권주는 시황산업이다 보니 매출이 연간 5배씩 증가하는데, 2007년 역시 적어도 3배 이상의 매출증가가 기대된다. 그래서 PER이 100배를 넘어도 12월 결산이 끝나면 PER이 뚝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의 올해 평균 매출이 3~4조 수준이다. 중국 대형증권사인 중신증권의 2006년 매출이 8천억이고, 2007년 매출은 적어도 3배의 매출증가가 예상된다면 올해 매출이 국내 대형증권사 매출과 비슷해진다. 중국 인구수를 감안하면 대형증권사 매출이 3~5조원 수준 정도에서 그 성장이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중국선박의 경우에도 연 매출로 보면 5천억이 안 된다. 반면에 현대중공업의 경우 연 매출액이 13조원에 육박한다. 중국선박의 PER이 100배가 넘는 것을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분명히 버블이다. 그러나 향후 중국의 중장비 수요와 원가에서 경쟁력이 있는 중국 조선주의 위상을 고려한다면 매출증가의 여지는 매우 높다.

중국의 주도주들은 과거 테크버블 때와는 달리 절대 매출 수준이 높지 않아서 증가율 측면에서 매력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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