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크루즈업체 인수후 쉬쉬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민열 기자, 박준식 기자 2007.10.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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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여론 의식…'주요주주'로 시작 서서히 경영권 확보할 듯

유럽 최대 조선 그룹이자 세계 2위 크루즈선 업체인 아커 야즈(AKER YARDS)의 지분 40%가량을 사들여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STX그룹이 경영권 인수와는 무관한 지분투자라고 강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TX그룹은 지난 22~23일 오슬로 증시에서 기관 투자가들이 보유 중이던 지분 58.8% 가운데 39.2%(4456만5360주)를 '블록 딜'(ABG 주관) 방식으로 8억달러에 매입했다. 인수가격은 주당 17.86달러로 아커 야즈의 현 주가에 35%의 프리미엄을 붙였다.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한 STX그룹이 경영권 인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노르웨이를 포함해 유럽 연합 전체가 한 동양 회사의 갑작스런 역내 최대 조선소 인수소식에 심한 거부 반응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의 사례처럼 기간 산업보호 명목으로 거래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는 정치적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STX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의미를 한국적 사고로 접근해 유럽 회사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경영권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STX그룹이 당장 추가적인 지분취득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블록딜 이후 회사 지분 관계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아커야즈가 채권단에 매각했던 지분의 대부분을 STX가 인수한데다 나머지 기관들의 지분(2월19일현재 UBS AG 8.8%, BNP파리바 4.0%, 스칸디나비스카 앤스킬다 방캔 2.1%, JP모건 체이스은행 1.9% 등)이 19.6%에 지나지 않아 STX가 최대주주 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STX그룹은 우선 주요주주 명분으로 현 경영진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한 뒤에 장기적으로 확고한 경영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 관계자는 "지분 취득을 통해 유럽 조선소의 원천 기술과 STX의 선박 건조 기술 및 조선기자재 공급 능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할 계획"이라며 "유럽의 조선산업의 역량 강화와 STX의 사업역량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커 야즈는 지난 2003년 유동성 부족으로 자금난을 겪던 노르웨이 최대 조선그룹인 아커 크베르너(Aker Kvaerner)에서 분사된 3개 그룹 중 조선사업 전문기업이다.

한편 STX그룹의 인수에 대해 시장에서는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정은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크루즈업체를 샀다기 보다 별도의 회사를 인수한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크루즈사업에 대한 수요가 아직 크지 않고 내장재 등 고급기자재 조달비용이 큰 점을 감안하면 당장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승회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커야즈의 EVITDA 분석 등을 통해 보면 8억달러란 인수금액은 꽤 싼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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