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두려워" G7 국부펀드 때리기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7.10.2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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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규제 추진…"차이나머니·오일달러 세계 금융시장 교란 우려"

"국부펀드가 국가 안보까지 위협할 정도다. 투명한 행동지침을 만들어라."(G7) "정당한 투자활동에 대한 제약이다. 국가안보를 빌미로 차별대우 해서는 안된다."(국부펀드 운용 국가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국부펀드(Soveriegn Wealth Fund)의 해외투자를 놓고 서방 선진국들이 공개적으로 규제가 필요하다며 공세에 나섰다.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아시아 국가들 특히 중국,중동 산유국에 공격의 초점이 맞춰졌다.



◇G7 "국부펀드 규제필요 주장" =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서방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확대회의. 미국,영국,프랑스 등 G7 재무장관과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한국과 중국,싱가폴,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 8개국 재무장관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국부펀드의 해외투자가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격론이 벌어졌다.

G7 재무장관들은 국부펀드 투자가 투자 대상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해 보호주의를 자극할수 있다며 국부펀드의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행동지침(best practice)'를 만들라고 촉구했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공격의 선두에 나섰다. 폴슨 장관은 "국부펀드의 수와 규모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국부펀드의 투자가 시장에 미칠 엄청난 잠재적 영향력을 고려할때 이들의 무분별한 투자행태를 차단할수 있는 투자강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동지침 제정이 (국부펀드에)비판적인 이들에게 국부펀드가 건설적이고 국제 금융 무대에서 책임있는 구성원임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동지침'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국부펀드의 투자를 제약하겠다는 것이 G7의 목표다. 이에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국가들은 정당한 투자활동에 대한 제약이라며 반발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국가안보 상의 이유로 국부펀드들을 차별 대우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부펀드의 투명성 제고에는 찬성하지만, 국부펀드의 긍정적인 역할을 고려해 균형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국부펀드를 민간자본과 다르게 대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G7 왜 국부펀드 공격하나 = 서방 선진국을 대표하는 G7 국가들이 왜 떼를 지어 국부펀드를 공격할까.

국부펀드는 정부 잉여자금을 재원으로 만들어지며 외환보유액과는 별도로 운용되는 투자기구다. 원유 등 원자재 수출대금을 굴려 재정수입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또는 노령화 등 향후 재정지출 확대에 대비해 만들어 졌다.



미국,캐나다 등도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만 중동,남미지역의 산유국과 외환보유고가 풍부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싱가포르가 운용하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테마섹 홀딩스(Temasek Holdings)가 대표적인 국부펀드다. 1974년 설립된 테마섹은 연평균 19%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해 전세계에 국부펀드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61,600원 0.00%)의 최대주주(9.62%)이기도 한 테마섹은 한국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모건스탠리 추정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국부펀드가 굴리는 자금은 약 2조5000억달러로 헤지펀드(1조5000억달러-2조달러) 규모를 넘어섰다. 게다가 2015년에는 7-12조달러, 2022년에는 28조달러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같은 국부펀드가 국채 등 안전자산 위주로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외환보유액과 달리 수익성 위주로 투자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익을 쫓아 움직이는 헤지펀드 처럼 주식,채권,파생상품,부동산은 물론 기업과 정부기관 인수까지 제약없이 국부펀드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



875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의 국부펀드 아디아(ADIA)는 최근 막대한 오일달러의 위력을 과시했다. 국영기업 DAE를 통해 뉴질랜드 최대 공항인 오클랜드공항을 21억 달러에 인수했다. 두바이증권거래소는 미국 2위 증권거래소인 나스닥의 지분 19.9%와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 지분 28%를 사들였다. QIA(카타르투자청)도 LSE 지분 20%를 인수해 중동 2개국이 유럽 최대 증권거래소의 1대주주로 올라섰다. 카타르투자청은 최근 외환은행 (0원 %) 인수에도 관심을 보인바 있다.

이처럼 국부펀드의 표적이 기업을 넘어 항만,공항,증권거래소 등 정부 기관으로 까지 확대되자 선진국들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오클랜드공항 인수에 반대하고 나섰고, 부시 미 대통령은 "두바이증권거래소의 나스닥 지분 인수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앞서 미 정부는 미국 주요 항만 운영권을 인수하려던 두바이 국영기업 DPW의 시도를 좌절시킨 선례가 있다.

◇중국 국부펀드 출범에 세계가 긴장 = 오일달러의 공습도 두렵지만 더욱 큰 공포는 중국이다. 특히 세계 패권을 놓고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미국의 우려는 더더욱 크다. 중국의 지난 9월말 현재 외환보유고는 1조4340억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다. 외환보유고가 3달만에 1010억달러 증가할 정도로 세계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국부펀드가 지난달 29일 공식 출범했다. 2000억달러의 단촐한(?) 자금으로 시작한 중국투자공사(CIC)의 행보에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막대한 보유자금을 미국 국채 일변도로 굴려왔던 중국이 미국 채권을 대거 팔고 자산을 다변화할 경우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2000억달러인 중국 국부펀드의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1조4000억달러가 넘는 막대한 중국의 외환보유고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국부펀드가 외환보유고로부터 더 많은 투자자금을 받아 해외 투자를 나설수 밖에 없다.

한편 중국 자금이 세계 금융시장을 교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중국투자공사의 최고 경영자인 루 지웨이 회장이 해명에 나섰다. 루 회장은 지난 16일 "CIC의 투자는 순수하게 수익을 목표로 할 뿐 기업의 경영권 등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투자는 전적으로 상업적 목적에 의해 결정되며 정치적 고려는 전혀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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