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와이브로 이제 진짜 시작!

윤미경 기자 2007.10.2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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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됐지만 국내 가입자는 7만명..HSDPA와 맞서야

실로 6년만의 '결실'이다. 지난 2002년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기술을 개발할 때만 해도 와이브로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정보통신부는 와이브로 국제표준화를 장담했지만,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컸다. 그런데 기술개발에 착수한지 6년, 상용화한지 1년여만에 '와이브로'가 3세대(3G)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것이다.

당초 정통부는 와이브로의 4세대 국제표준화가 목표였다. 그러나 글로벌 IT기업들의 견제로, 와이브로는 독자기술을 유지한 채 미국식 와이맥스 표준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지난 2005년 미국전기전자학회(IEEE)로부터 '와이브로' 즉, 모바일 와이맥스는 표준으로 인정받았다.



이에 발맞춰 삼성전자, 인텔, 알카텔 등이 포함된 모바일 와이맥스 진영의 활동이 본격화됐고, 이 서비스를 준비하는 나라들도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통신기술의 국제표준을 결정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동기식 이동통신기술과 비동기식 이통기술에 이어, 모바일 와이맥스 기술을 6번째로 3세대 국제표준으로 채택한데는 이런 세계적인 흐름이 크게 작용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도 컸다. 올초만 해도 와이브로 3G 국제표준화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나라가 적지 않았다. 정통부는 이런 기류를 간파하고, 지난 8월 ITU특별총회를 서울에서 열어, 회의 참석자들이 와이브로를 직접 체험토록 했다. 지난 18일, 97개국이 참석한 가운데 제네바에서 열린 ITU 전파통신총회에서 와이브로가 3G 국제표준으로 당당히 결정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정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와이브로의 3G 국제표준 채택은 4G 국제표준 채택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이는 이동통신 강국이지만 원천기술을 주로 수입에 의존했던 우리나라가 토종기술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는 상징성을 뛰어 넘어,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실질적인 기술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전세계 40여개국이 모바일 와이맥스 상용화를 준비중이지만, 앞으로 도입하려는 국가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와이브로는 기술방식 자체가 이미 4G 핵심기술을 채용하고 있어, 4G로 진화하는데 매우 유리하다. 즉, 3G 서비스를 4G 서비스로 전환하는데 드는 투자비를 아낄 수 있다. 이런 장점이 시장확대로 이어지면서, 종국에는 오는 2010년 결정될 4G 국제표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와이브로가 3G를 넘어 4G 국제표준까지 정착된다면, 국내 와이브로 산업은 새로운 '먹거리'를 완벽하게 창출해낼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탄력을 받을 분야는 단연 국산 와이브로 장비업체들. 와이브로 장비와 단말기 업체들은 수출수요품목으로 자리하면서 전후방 연관산업까지 촉진시킬 것이다.

정통부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14조64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7조원대의 부가가치를 유발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2010년 4G 국제표준으로 와이브로가 채택된다면 그 파급력은 현재 전망치의 몇배에 이를지도 모른다. 현재 100여개의 이르는 와이브로 관련기업들이 수백개 수천개로 늘어날 수 있다. 와이브로 수출 길이 넓어지면서 국산 와이브로 콘텐츠산업도 기대를 걸어볼 만해진다.



그러나 와이브로 국제표준 국가로서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올 3월부터 전국서비스에 돌입한 고속영상이동전화(HSDPA) 가입자는 300만명을 넘었는데, 와이브로는 상용화된지 1년이 훨씬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입자가 고작 7만명 수준이다.

가격과 속도는 HSDPA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리하지만, 서비스지역이 좁고 음성이 지원되지 않는 탓에 가입자가 제자리걸음이다. 부실한 콘텐츠도 가입자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비스지역인 수도권에서조차 이동할 때 뚝뚝 끊어지거나 일부 지역은 아예 서비스가 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단말기 종류도 많지 않고, 가격도 비싼데 굳이 와이브로를 가입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와이브로는 3G 분야에서 고속영상전화(HSDPA)와 당당히 어깨를 겨루는 국제표준이 됐지만, 서비스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와이브로가 3G를 넘어 4G 국제표준으로 자리하려면, HSDPA 못지않은 서비스 시장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장비수출로만 그치지 않고, 플랫폼과 콘텐츠같은 연관산업까지 세계화로 발전하면서, 명실공히 와이브로를 통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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