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금융상품 미련없이 "깨라"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7.10.2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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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금이 보장되는 금융상품이 아니면 꿈에도 가까이 하기 싫어하는 소심해 씨. 펀드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살 정도로 국내외 주식형펀드 광풍이 부는 사이 초지일관 은행 적금에만 재테크의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

소심해 씨가 가입한 은행 적금은 모두 3개. 만기가 되려면 아직 1년 이상 더 부어야 한다. 펀드로 고수익을 올리는 친구들을 볼 때면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적금 만기가 돌아올 때까지는 꼼짝 없이 은행 금리만 바라봐야 할 처지다.



지출을 아무리 아끼려 해도 펀드에 투자할 여윳돈을 마련하기 힘들고, 만기 이전에 적금을 깨려니 이자를 손해봐야 하는 생각에 선뜻 나설 수가 없다.

# 직장인 나태평 씨는 월말만 되면 한숨이 끊이질 않는다.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기 무섭게 빠져나가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대금 때문이 아니다. 나태평 씨를 괴롭히는 요인은 다름아닌 보험료다. 대학 선배와 친구들이 찾아와 부탁할 때마다 가입한 보험이 7개에 달한다. 매달 보험회사로 빠져나가는 돈은 월급의 30%에 달한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나태평 씨지만 이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따지고 보면 가입한 상품이 모두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종신보험과 실비보험, 암보험 등 보장 내용이 겹치는 것도 있다.

보험에 가입시킨 후 회사를 그만 둔 한 친구는 부담스러우면 일부 상품을 해약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해약할 때 건질 수 있는 돈이 거의 없어 손을 댈 수가 없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을 생각하면 부담스러운 것보다 아까운 마음이 앞선다. 연봉이 오르기를 바랄 뿐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처럼 이미 가입한 금융상품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우가 적지 않다. 신용카드라면 잘라버릴 수 있지만 적금이나 보험은 투자자들이 쉽사리 깨지 못하는 상품들이다.

하지만 '될 성 부른' 자산이 아니면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하게 싹을 자르는 것이 유리하다. 당장은 이자가 줄어들거나 상당 금액의 보험료를 날려야 하지만 이같은 비용을 들이는 대신 다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장 내용이 겹치거나 어느 한 가지 질병에 집중된 보험은 리모델링이 필수라고 업계 관계자는 지적했다.

희망재무설계의 임형노 컨설턴트는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온 고객 중 필요 이상 많은 보험에 가입한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는데 지인들의 부탁이나 홈쇼핑을 보다 '충동 가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임형노 컨설턴트는 "암을 포함해 특정 질병에 몰아서 보험에 가입한 경우 모두 유지하는 것보다 일부 해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납입한 보험료가 아깝지만 앞으로 들어갈 보험료를 다른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볼 때 유리하다"고 말했다.



특히 암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하는 것은 한 개 종목에 '몰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암이 가장 높은 사망 원인으로 꼽히기는 하지만 집안 내력과 발병 빈도가 높아지는 선진국형 질병이 포함되는지 보장 내용을 살펴야 한다는 것.

보험을 해약할 때도 순서가 따로 있다. 가입 기간이 오래 돼 보험료가 많이 들어간 상품을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 앞서겠지만 납입한 금액보다는 보장 내용을 먼저 따져야 한다.

임형노 컨설턴트는 "비슷한 내용의 보험 상품이라 해도 과거로 갈수록 보장 내용이 충실한 경우가 많다"며 "해약을 할 때 원금 환급을 받거나 들어간 보험료가 적으면 좋겠지만 보험에 가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 발생할 수 있는 질병에 대한 보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 이외에 저축성 상품도 포트폴리오 내에서 비중이 과도하다면 투자 상품으로 갈아타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 이자가 연6% 내외로 오르기는 했지만 이자소득세 등을 감안할 때 저축상품의 기대 수익률이 투자상품에 비해서는 낮은 상황이다. 주식형 펀드 가입을 적금 만기 이후로 늦추는 것보다 이자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갈아타는 것이 펀드의 장기 투자 효과를 생각할 때 유리하다는 얘기다.

여운봉 미래에셋생명 스타타워지점장은 "금리가 낮은 정기 예·적금이나 장기주택마련저축 등을 이자에서 손해보기 싫다는 이유로 만기까지 가져갈 필요는 없다"며 "투자 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투자자금을 펀드로 옮기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최근 2000을 재돌파한 주식시장이 고전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증시 펀더멘털과 기업 이익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다면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것.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여운봉 지점장은 "2종 일반주거지역의 15층 내외 고층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면 재건축 이익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옮기는 편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일반주거지역은 1~3종으로 구분되며, 1종은 저층주택 중심으로 조성되고 2종은 중층, 3종은 중고층으로 조성된다. 용적률도 3종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따라서 2종주거지역의 15층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으로 더 높은 아파트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재개발을 통한 투자이익을 기대하기 힘든 셈이다.



이밖에 펀드도 일정 기간마다 옥석을 가려줘야 한다. 장기투자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묻지마' 장기투자는 곤란하다.

투자자산의 가격 변동으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포트폴리오 구성 비율에서 벗어났거나 펀드 운용 방향이 투자 목적과 다를 경우 조정이 필요하다.

임형노 컨설턴트는 "펀드는 가입 후 배경 지식이 늘면서 상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며 "운용 현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부분환매나 차익실현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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