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도 400억불 국부펀드 설립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7.10.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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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북한과 함께 '불량국가'(rougue state)로 낙인 찍혀 있던 리비아가 본격적인 세계 경제 무대 데뷔를 준비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제-외교 제재로 수십년간 따돌림을 받았던 리비아가 국제사회에 복귀한 것은 불과 몇년 전. 짧은 기간이지만 이후 리비아는 막대한 석유 수입에 힘입어 상당한 규모의 외화 축적에 성공했다,



리비아는 지금 이를 바탕으로 400억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설립, 세계 자본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 '해외투자+국내개발' 시너지 노린다



오일달러를 앞세운 아랍국가들이 세계 자본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리비아도 이 대열에 동참을 선언한 것이다.

올해 초 리비아는 수백억달러를 투입, 중앙은행이 관할하는 리비아투자국(LIA)를 설립했다. LIA는 해외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된 국부펀드.

리비아 정부는 수십년간 이어진 경제 제재로 낙후된 자국 경제의 부흥과 석유 집중 탈피, 산업 다양화 등을 위해 매년 일정 정도의 오일달러를 투입, LIA의 적극적인 해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LIA의 사무국장 무하마드 라야스는 이날 FT와의 인터뷰를 통해 "때가 됐다"는 말로 이 같은 해외투자 활성화를 설명했다.

그는 "과거 제재로 인해 (리비아 경제) 정책은 국내 자산 보호를 우선시했고 자금은 단기예금에 몰릴 수밖에 없었지만 제재가 끝나고 (리비아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시작을 맞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유가 기조에 따라) 지난 5년간 막대한 석유 수입 증가가 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리비아 국부펀드는 일단 서구 금융사와 투자기관을 통한 포트폴리오 투자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부펀드 투자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해외 부동산 투자와 민간기업 투자도 병행할 심산이다.



리비아는 특히 국부펀드를 통해 해외 투자 확대와 국내 개발 가속화간의 상승효과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해외 건설사 지분 매입으로 해당 건설사의 리비아 사업 확대를 유도한다는 식이다.

우선 목표는 아니지만 LIA는 탄화수소 개발계획 투자도 준비 중이다. 이미 지난 5월 BP와 9억달러 규모의 관련 탐사계획을 체결했다.



석유자원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일 170만배럴 수준인 원유 생산량을 2015년까지 일 300만배럴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 연 150억달러 수준인 리비아의 석유 수입도 10년 안에 2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LIA는 카타르와 함께 리비아, 카타르, 서구시장에 투자할 목적으로 200억달러 규모의 투자기금도 설립했다. 50억달러 규모의 리비안아프리칸투자포트폴리오 '라피코'(Lafico), 30억달러의 부동산 집중 투자기금, 80억달러의 국제 자본시장 투자 포트폴리오 등이 이에 해당된다.

◇ 신뢰 회복이 최우선 문제



국제 투자자로 등장하기 위한 사전단계는 모두 마무리됐다. 하지만 리비아 국부펀드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미지수다.

리비아의 국제무대 복귀는 1999년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있었던 팬암항공기 폭파사건 용의자를 인도하기로 결정한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리비아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포기를 선언한 이후 이 같은 움직임은 한층 뚜렸해졌다.

2003년 유엔이 제재를 해제한 데 이어 2004년 미국도 경제제재를 풀었다. 또 미국은 지난해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외교관계를 완전 복원했다. 리비아는 16일 유엔 총회에서 2년 임기의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뽑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국부펀드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오랜기간 국제사회와의 교류가 전무했던 만큼 리비아 정부의 신뢰성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높다. 국부펀드 형성과 운용의 투명성도 의문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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