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전환사채, 과연 돈이 될까?

심영철 웰시안닷컴 대표 2007.10.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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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여름, 삼성카드, LG카드(현 신한카드)와 더불어 현대카드는 대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그 당시만 해도 전환사채 투자가 일반화되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왜냐하면, 연 8~9%의 만기보장수익률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만 해도 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가 3~4%대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안다면 위의 수익률은 실로 파격적인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포인트는 주식으로 전환해서 팔았을 때 얼마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전환사채를 고수익 채권으로 이해하고 투자하는 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고, 좀 더 안전한 주식투자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전환사채는 발행기업만 안전하다면, 원금보장 + 고금리 이자 + 주식투자를 노려 볼 수 있는 투자 수단이다.)



신한카드 전환사채는 두 번의 감자 탓에 전환가격(203만원)이 치솟아 채권으로서의 성격만 지니게 되었고, 삼성카드 전환사채는 삼성카드가 상장됨으로써 주식의 저평가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기 때문에 투자 메리트가 감소했다. 반면, 최근 들어 격심한 카드사의 경쟁 속에서도 꾸준히 시장점유율(13%대)을 높이는 등 펀더멘탈이 우수한 현대카드는 아직 비상장이어서 적정가치에 비하여 상당히 할인되어 거래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카드의 적정가치에 대해서는 아직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자료가 없기에 필자 나름대로 분석한 적정가치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적게는 3조, 많게는 6조원을 제시할 수 있다. PER를 10배 정도 적용한다면 시가총액이 3조원이 적당할 것이고, 회원당 가치(1인당 100만원)를 감안하면 6조원 정도가 적정하리라 본다.



그런데 현재 장외시세는 주당 15,000원 정도이며, 시가총액은 2조2천억원 수준이다. M/S(시장점유율)와 유효회원수가 비슷한 삼성카드(7조2천억원)에 비해 1/3 밖에 되지 않을 만큼 저평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현재의 주가를 인정하더라도 현대카드 전환사채는 여전히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대개, 전환사채의 적정가치는 패리티 가격(주가/전환가격)과 일치한다. 현재가에 15,000원, 전환가격에 8,831원을 대입해 보면 16,985원의 패리티가격이 나오는데 이것이 현대카드 전환사채의 적정가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현대카드 전환사채 가격은 15,000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1,985원(16,985원 - 16,000원)만큼 저평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현대카드 전환사채를 15,000원에 사서 주식으로 전환하여 위 시세대로 판다면 1,985원의 무위험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점이 있다. 다름 아닌 주식 전환의 절차가 대단히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전환사채를 사야 한다. 두 번째, 해당 증권사에서 출고를 해야 한다. 이 때 실물을 출고해 주지 않고, 필증을 발행해 준다. 이 때 출고확인서도 함께 수령한다. 세 번째, 증권예탁결제원(지점도 가능)에서 다시 한 번 출고 신청을 하여 필증을 재발행 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필증을 갖고 현대카드 본사 재무팀에 가서 주식 전환을 신청하면 된다. 그리고 신청한 그 다음 달 20일에 현대카드 주식 실물을 인수할 수 있다. 미로찾기에 가까울 정도로 쉽지 않은 절차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주식을 전환하여 팔게 된다면 위의 무위험차익거래를 완료할 수 있다. 좀 귀찮기는 하지만 해볼만한 투자라 생각한다. 만약 현대카드 주식의 장외가가 오른다면 그 만큼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몇 가지 유의사항이 있다. 현대카드 전환사채의 만기는 2009년 1월 말이며, 주식 전환은 만기 한 달 전인 2008년 12월 말까지다. 그런데, 여기에 단서가 하나 붙어 있다. 내년 1~10월까지는 주식 전환이 금지되어 있다. 그리고 전환가격도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현대카드가 상장하게 되면, 공모가의 80%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모가가 20,000원이라면 전환가격이 16,000원(20,000원 * 80%)이 된다. 상장전 전환가격 8,831원의 거의 배에 달하는 높은 전환가격이 되고 전환사채 보유자에게는 치명적인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상장전보다 1/2의 주식밖에 수령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또, 주식 전환을 마치면, 채권 이자는 받을 수 없게 된다.



가정이지만, 현대카드가 내년 상반기에 상장을 신청하게 되면 전환사채 보유자는 큰 낭패를 당할 위험이 있다. 전환사채의 가치가 폭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환사채 보유자는 올해 안으로 주식으로 전환하여 팔거나 보유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변수인 주식의 상장 가능성을 현재로선 알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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