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치미술가 강홍석 씨
작품 속 액정화면들 위로 다양한 이미지들이 반짝인다. 환경과 사랑에 관한 사진,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이들 사진이 휴대전화 한 대당 2~3개씩 담겨 있다.
강씨는 “우리가 편안하게 쉬는 동안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지를 자세히 보기 위해 의자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은 채 한참을 앉아 있다 보면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마음가짐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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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작품은 ‘휴대전화 나무’. 굵은 철사에 휴대전화기가 열매처럼 매달려 있어서 마치 나무 같다.
작품을 설명해 주는 스텝의 안내에 따라 전화번호를 누르면 아시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사진이 뜨면서 영천아리랑의 멜로디가 컨테이너 박스 안에 울려 퍼진다.
작품 아이디어의 뿌리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모바일을 통한 기부와 예술’. 강씨는 “사람 간의 소통과 타인에 관한 사랑을 확인하고 기부 문화를 모바일 영역으로도 확장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누구나 쉽게 활용하고 이용자들 의지대로 가꿀 수 있는 매체인데 비해 그만큼 자주 쓰는 휴대전화는 통신회사 위주로 문화가 조성되고 있잖아요. '기부'부터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갈 수 있는 휴대전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강씨는 “이번 프로젝트를 기부로 연결시키지는 못했지만 중간에서 기금 관리를 담당할 단체가 나타나면 프로젝트 사업을 제대로 된 기부활동으로 확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디지털 시스템이 충분히 마련돼 있는데 활용이 안 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걸어 온 사람들의 전화로 '휴대전화 나무' 의 '전화 열매들'이 일제히 반짝이면서 멜로디를 낸다고 생각해 보세요. 생각만 해도 아름답지 않나요?”
강씨 작품에 쓰인 이미지와 음원 역시 모두 기부 받은 것이다. 사진 이미지는 머니투데이 ‘희망대장정’ 팀의 세명의 대학생이 방글라데시 빈곤 지역의 사람들을 찍은 것이다. 영천아리랑의 음원은 영천미술관이 제공했다.
▲ 컨테이너 박스 안에 들어가면 한 쪽 벽면에 설치된 휴대전화 작품과, 의자 작품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두운 컨테이너 박스 안 '휴대전화 나무'의 휴대전화들은 철사로 고정돼 있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고급스러운 의자 등받이에 빈곤 국가 사람들의 이미지가 나오는 휴대전화가 설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