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정부 역할 확대, 시장 실패 보완해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07.10.1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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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역할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며 "한국의 재정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8% 수준으로 영국 44%, 독일 47%, 프랑스 54%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15일 노 대통령의 이같은 의견을 담은 기고문이 독일 신문사 '프랑크프루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가 출간한 '권력자들의 말(Machtworte)'에 실렸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이 기고문에서 "이제 권력이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런데 시장에서 경쟁하다보면 강자가 생기게 마련이고 이 강자가 게임의 규칙을 지배하게 되면 시장의 권력은 강자의 권력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과정을 통해 독점이 생기면 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경제적 약자나 경쟁의 낙오자를 소외시키는 시장이 된다. 결국 시장의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사람을 위한 시장이 되어야 한다. 공동체를 파괴하는 시장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복지와 행복을 위한 시장이 되어야 한다"며 "시장의 실패와 한계를 보완해 나가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밝혔다.

또 "시장의 창의성을 억제하는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하지만 시장의 규칙을 정하고 공정하게 관리해 나가는 것, 그리고 경쟁에서 낙오하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해서 사회 전체의 생산력을 높이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재정에서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들 나라(영국, 독일, 프랑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재정과 재정 내 복지지출 비중이 함께 높아져야 함을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국민의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 구축과 미래에 대한 기회 보장, 공정한 시장 관리 등을 통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민주적 시장경제를 실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노 대통령은 또 "개방의 대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해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경쟁력을 한층 높이는 계기로 삼아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역사는 진보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진보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이제 한국 민주주의의 과제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를 뿌리내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동북아에서 평화와 공존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이 가야할 길을 두 가지"라며 "그 하나는 우리 스스로의 힘을 키우고 균형외교를 펼쳐 이 질서 속에서 안정을 도모해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북아 질서 자체를 통합의 질서로 바꿔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역사적으로 누구에게 해를 끼친 일이 없고 분단과 전쟁을 겪으면서 평화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는 한국은 이러한 질서를 만들어나갈 자격과 역량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동북아에 평화와 공존의 질서가 만들어지면 동북아는 세계 평화에 위험요인이 되지 않고 오히려 세계 질서의 안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FAZ가 출간한 '권력자의 말'에는 노 대통령 외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등 세계 정치 지도자 9명과 교황 베네딕토 16세 등이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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