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이색펀드, 수익률도 튈까?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7.10.1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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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한우 등 봇물 비해 수익률은 아직 저조...분산차원 접근해야

튀는 옷을 입은 펀드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유행따라 생겨난 국내 펀드가 9000개를 상회, '펀드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은 가운데 이색펀드도 끊임없이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색다른 아이디어와 화려한 이름으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들 상품은 주식형이나 채권형 펀드에 비해 보다 깊은 주의가 요구된다.



투자 판단을 내리는 데 정형화 된 투자지표가 마련돼 있지 않고, 관련 상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특히 폐쇄형으로 운용되는 실물펀드의 경우 환금성이 제한되기 때문에 운용자금의 유동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 미술품에서 한우까지..삼라만상이 펀드에

물펀드가 한때 인기몰이를 한 데 이어 금을 포함한 원자재와 에너지 관련 펀드, 명품에 투자하는 럭셔리펀드 등 섹터펀드가 세를 확장하는 한편 실물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도 부동산과 선박 이외에 미술품, 한우, 니켈, 목재, 와인 등으로 투자자산을 다각화하고 있다. 삼라만상이 펀드로 거래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현상은 해외펀드의 활황과 무관하지 않다. 역내펀드의 해외 주식투자 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자 선진국과 브릭스 이외에 중동, 아프리카까지 펀드 투자 영역이 확대됐고, 각종 섹터 및 실물펀드가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


이색펀드는 투자 기회를 넓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에 비해 유동성이나 리스크 측면에서 불리한 만큼 보다 깊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펀드의 이름만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투자처를 분명하게 확인해야 한다. 가령, '신의물방울'이라는 이름의 와인펀드는 와인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와인을 생산하는 기업을 포함해 유통, 판매업체, 용기 및 마개 제조업체 등에 투자한다.



금펀드 역시 금 실물이 아니라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국제 금 시세가 오르는 만큼 펀드 수익률이 반드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 이색·테마펀드 수익률도 화려할까

이색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만큼 수익률도 뜨거울까.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이 설정액 100억원 이상의 섹터펀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품의 특색만큼 수익률도 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개월을 기준으로 인프라 관련 펀드가 20%를 웃도는 수익률을 올린 반면 럭셔리 및 일부 물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인프라 펀드도 주식형이 아닌 재간접펀드는 3개월 기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고, 1개월 기준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3%대에 머물렀다.

이밖에 금 관련 펀드는 최근 3개월간 10% 내외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지구온난화 및 대체에너지 펀드는 2~7%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와인펀드 역시 클래스에 따라 최근 3개월 수익률이 -1.0~1.0%로 저조했다.



이는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급등으로 일반적인 주식형펀드 가운데 고수익을 올린 상품이 속출한 것과 대조적이다.

또 한우를 포함한 일부 실물펀드는 특정 기간별 수익률과 변동성 등 투자지표를 산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투자를 결정할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허진영 제로인 애널리스트는 "특정 산업이나 실물에 투자하는 펀드는 전체 주식시장의 흐름과 무관하게 해당 시장의 상황을 반영한다"며 "일반적인 주식형펀드에 비해 구조가 독특하고 변동성이 큰 측면이 있어 리스크에 특히 신경쓰는 한편 전체 포트폴리오 중 일부만 분산 투자하는 형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불확실성 높아, 분산 차원 접근

'튀는' 펀드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일단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상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모든 투자의 세계에 적용되지만 특히 구조가 복잡하고, 특화된 산업에 투자하는 이색펀드는 모르고 덤볐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섹터나 실물펀드를 주식시장이 조정을 보이거나 횡보할 때 소나기를 피해가는 투자처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투자자들 사이에 '대안펀드'로 불리기도 하지만 주식시장과 일정한 상관관계를 보이거나 단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기에 적절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색펀드를 포트폴리오 내에서 핵심자산으로 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박승훈 한국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원자재를 포함한 섹터펀드는 변동성이 높을 수 있고, 유동성도 제한되며, 펀드 가입 후 위기관리가 쉽지 않다"며 "펀드의 구조를 충분히 이해할 때 가입하되 투자자산의 일부를 분산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같은 섹터에 투자하는 펀드라고 해도 상품별로 구조가 크게 다르고, 펀드에 따라 수익기회와 위험이 상식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며 "주식형펀드와 같은 정형화된 투자지표나 누적된 과거 데이터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투자 결정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체 재무계획과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도 상품의 특성을 따져봐야 한다. 실물펀드의 경우 폐쇄형이 대부분이고, 투자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하나UBS자산운용과 대한광업진흥공사가 출시할 예정인 광물펀드는 공모형 펀드이지만 중도환매 기회 없이 11년 만기의 폐쇄형으로 운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진영 애널리스트는 "펀드의 수익률과 변동성 등 통계 지표와 투자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가 주식이나 채권형 펀드에 비해 부족한 만큼 수익 구조에 대한 의문점이 풀릴 때까지 판매사에 문의해 해당 산업에 대한 전망을 내려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장기적인 투자 관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폐쇄형이 아닌 섹터펀드의 경우 투자 기간을 해당 시장의 특성에 맞게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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