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들락날락, 펀드수익률 들쭉날쭉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7.10.10 12:54
글자크기

펀드운용사 지배구조와 실적 '묘한' 상관관계

'CEO가 장수하면 펀드 수익률도 좋다?'

국내 운용사들 간에도 지배구조에 따른 장기 수익률 격차가 현실화되고 있다. CEO의 수명이 긴 국내 토종 운용전문사들이 CEO교체가 잦은 금융계열·외국계 운용사들의 성적을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의 도움을 받아 국내에서 성장형펀드를 3년 이상 꾸준히 운용해온 28개 운용사(설정액 300억 이상)의 수익률을 지배구조별로 비교해봤다. 조사결과 미래에셋·KTB·신영·마이다스·알파에셋 등 최근 3년간 CEO가 한번도 교체되지 않은 국내 운용사들의 수익률은 3년 평균 182.27%로 전체평균 150.30%를 크게 앞질렀다. PCA·SEI에셋·랜드마크·슈로더 등 CEO가 교체되지 않은 외국계를 포함할 경우에도 평균 수익률은 163.65%로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CEO가 두번 이상 교체된 동부·CJ·동양·한국·한화·하나UBS·현대와이즈·프랭클린·대신운용은 평균 143.22%로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국내사와 외국계를 구분할 경우 국내운용사들이 외국계운용사에 비해 비교우위를 나타냈다. 국내사는 3년 평균 163.38%의 수익률을 올렸지만, 외국계는 평균 133.34%에 머물렀다.



한편 운용업만을 전문으로하는 운용사의 수익률이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그룹 계열 운용사의 수익률을 앞질러 눈길을 끌었다.

운용업만을 영위중인 KTB·알파·마이다스·SEI에셋·슈로더·프랭클린운용은 3년 평균 158.30%의 수익을 거뒀고, 나머지 은행·증권·보험 계열 운용사들의 수익률은 평균 149.75%로 이에 못미쳤다.

특히 은행권 운용사의 장기수익률은 비은행권 운용사에 크게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은행권 운용사가 3년 평균 157.97%의 수익률을 거둔 반면, SH·신한BNPP·NH-CA·우리CS·하나UBS·KB등 은행계열 운용사는 3년간 128.16%의 평균수익률에 만족해야했다.


1년 수익률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CEO가 한번도 교체되지 않은 국내사는 평균 54.64%로 전체 50.42%를 웃돌았다. CEO가 2번 이상 교체된 운용사는 1년 평균 47.18%의 수익률에 만족해야했다.

관련업계는 이처럼 운용사의 지배구조와 CEO교체 횟수만으로 수익률을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이같은 요소가 운용전략의 일관성과 펀드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미래에셋과 KTB는 펀드매니저 출신 대표를 비롯한 운용본부장 등 책임자급이 회사설립 초기부터 동고동락하며 같은 철학을 꾸준히 유지, 발전시켜나고 있다.



20년 경력의 한 운용사 마케팅 본부장은 "국내 운용업계의 고질병 중 하나가 금융 또는 제조업 계열사의 간섭"이라며 "오너십이 확실한 운용전문회사들이 점차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점차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특히 은행계열 운용사의 경우 아직도 은행출신 낙하산 인사가 버젓이 내려와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비전문가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이들 운용사의 수익률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펀드매니저가 평생 책임을 지고 운용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고 있다"며 "CEO뿐 아니라 주식운용본부장의 잦은 교체는 펀드운용의 일관성을 떨어뜨리면서 장기 수익률을 훼손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에도 버크셔헤서웨이·뱅가드·피델리티 등 운용업 전문사들이 은행계열사에 비해 우수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메릴린치가 블랙락을 인수하고도 이름을 그대로 가져가는 점은 운용업 고유의 역사를 인정해주는 것임을 상기해야한다"고 덧붙였다.

CEO 들락날락, 펀드수익률 들쭉날쭉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