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동성 유입을 차단하고 재정거래 수요를 줄이려던 당초의 목적은 사라지고 오히려 유동성 유입이 증가. 재정거래 이익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8월 외국인의 채권 매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해외 단기차입은 올 들어 두번째로 많은 규모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스왑시장에서 달러를 원화로 바꿔 무위험 차익거래에 나섰고, 외국은행 국내지점도 동참했다.
8월 외국인 채권 매수 폭증..단기차입도 급증
▲한국은행
▲8~9월 스왑베이시스 급락..재정거래 유혹↑
금융시장에 따르면 8월 한달동안 외국인들은 금융채를 팔고 국고채와 통안채를 각각 3조6910억원, 1조344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한은 집계와 맞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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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외은지점도 단기 해외 차입 등을 통해 재정거래에 나섰다. 8월 한달동안 은행권의 국채와 통안채 순매수 규모는 4조920억원. 특히 통안채가 2조9100억원을 기록해 외은지점의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8~9월 외국인 채권 매수 급증
정삼용 한은 국제수지팀장도 "8월 재정거래로 인한 동기가 발생했고 여전히 해소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단기차입이 늘었다"며 "8월에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내외 금리차이와 스왑 레이트가 확대되면서 재정거래 유인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채권매수, 9월에도 급증.."단기외채도 8월 못지 않을 것"
9월들어 외국인의 채권 매수세는 8월에 이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의 국고채 매수 규모는 4조7300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390억원 순증했고, 통안채도 710억원 늘어난 1조4150억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8~9월 11조1800억원 순매수
9월 평균 1년물 CRS 금리와 채권금리차가 1.40%포인트(140bp)로 지난해의 3배 수준을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채권 매집 움직임은 곳곳에서 관측됐다. CRS 금리 급등이 외국인 투자자의 채권 매수와 연계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외은지점 가운데 일부는 통안채 등 채권 매도로 대응했고 다른 외은은 대규모 채권 매집에 나섰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스왑딜러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 등으로 다소 진정되는 국면을 보였지만, 우리나라 재정거래 이익폭은 외화차입규제가 막고 있어 크게 축소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고집스러울 정도로 달러자금 차입을 막고 있어 재정거래 기회가 활짝 열린 상황이고, 분기말 유동성 비율 맞추려는 시기적 수요도 가세해 9월 단기해외차입이 오히려 8월보다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이 재정거래를 막으려다 오히려 재정거래 기회만 넓혔고, 규제에 따른 이익은 외국인과 외은지점 등이 챙기고 있다는 것이 금융시장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