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펀드, 이래서 안된다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7.10.0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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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기대감 모두 '정반대'… 임금정체로 내수부진 심화

올 상반기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일본펀드. 올 상반기에만 2조7000억원이 넘는 거액의 자금이 몰렸지만, 투자자들 대부분이 울상을 졌다.

올해 수익률은 전세계 해외펀드 중 꼴찌. 최근 소폭 회복세를 띠고 있지만 연초이후 수익률은 아직 1%에도 못미친다.



참다 못해 이미 손절한 사람들도 꽤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지금도 '애물단지'를 들고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10년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와 부활의 날갯짓을 한다고 믿었던 일본증시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일본펀드, 이래서 안된다


◇좋다던 지표, 모두 '정반대로'

상반기 일본펀드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수탁액은 무려 422%의 증가율을 보이며 3조4000억원에 달했다. 업계가 앞다퉈 일본의 불황종료, 경기회복, 부동산 가격 상승, 주식시장 수급개선, 단칸세대의 본격 등장 등을 근거로 자금을 대대적으로 끌어모았다.

일본펀드, 이래서 안된다
그러나 올 들어 민간소비, 민간주택, 민간설비투자, 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줄줄이 부진한 가운데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2분기 급기야 -1.2%로 대폭 감소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과거 일본 경제를 긍정적으로 설명했던 모든 데이터들이 부정적으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본 GDP의 56%를 차지하는 민간소비의 부진. 올 상반기 투자자들을 일본펀드로 유도했던 가장 큰 근거중 하나가 소비와 내수의 회복이었지만, 4분기에 접어든 지금까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펀드 투자를 이끌었던 또 다른 요소는 엔화강세다. 일본펀드에 투자한 뒤 엔화강세가 나타나면 환율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고 믿었지만, 기대했던 엔화강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6월까지 내내 약세를 보이다가 서브프라임 위기 후 잠시 강세를 나타냈지만, 다시 약세흐름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경기침체로 금리인상을 머뭇하면서 앞으로도 엔화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짙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일본펀드 부진의 6가지 원인으로 1)민간소비 회복의 불투명성, 2) 수출과 민간설비 둔화 3)정치적 불신과 금융 개혁 후퇴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 4) 여전히 높은 밸류에이션 5)외국인의 매도전환 6)초저금리 지속에 따른 일본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증가 등을 꼽았다.

◇日기업 임금정체 ☞ 소비정체 ☞ 수익률 정체



일본펀드 부진의 핵심은 일본기업에 있다. 일본기업의 이익은 늘었지만, 임금을 늘리거나 배당 등 주주환원을 늘리는 대신 구조조정이나 설비투자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에 있어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자들도 하나둘씩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일본펀드, 이래서 안된다
일본 민간소비 증가율은 2분기 0.3%로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특히 지난 5년간 지속되어 오던 민간설비투자도 감소세로 돌아섰고, 일본 경제성장에 효자 노릇을 해왔던 수출 증가세 역시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분석팀장은 "기업이익은 증가했지만, 임금이 정체되면서 일본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민간소비 증가로의 연결고리가 끊겼다"고 분석했다.



◇슬슬 떠나는 외인 투자자들

굿모닝신한증권은 특히 일본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매수주체인 외인들이 4년간의 매수세를 끝내고 8월부터 순매도로 돌아선 점은 앞으로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BNP파리바, 슈로더, 모건스탠리 등 일본 증시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유지해오던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9월 들어 일본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하향제시하고 있다"며 "이는 일본경제의 성장 모멘텀 약화, 주주 배당정책 후퇴, M&A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등이 복잡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전일 한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아시아 증시가 앞으로 한 세대를 풍미할 것"이라고 말했던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런던의 제프 호크만도 일본증시에 대해서는 "내수회복이 더뎌 좀 더 신중히 접근해야 된다"며 조심스런 견해를 밝혔다.

◇高밸류+정치불안+해외투자, 앞으로도 '글쎄'

일본증시는 현재 역사적인 저점 수준이지만, 2007년 8월말 기준으로 일본증시 주가수익배율(PER)(15.7배)는 선진국시장인 미국(14.4배), 유럽(11.6배)에 비해 높다. 한국(11.9배), 인도(17.5배), 브라질(9.8배), 러시아(10.0배) 등 주요 이머징국가와 비교해서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집권당 개혁부진, 선거참패, 아베 내각 퇴진 등 정치적 불안과 자동차, IT등 주력 수출상품의 높은 미국비중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일본내 투자자들이 일본증시를 외면하고 해외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도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 팀장은 "일본경기 둔화 우려로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저금리를 무기로한 일본 투자자의 해외투자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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