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 망내할인은 대세!

윤미경 기자 2007.10.0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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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반발하는 업계… 시장변화에 발맞춰 전략 바꿔야

지난 9월19일, SK텔레콤 (50,800원 ▼200 -0.39%)이 자사 가입자끼리 통화할 때 요금을 10초당 20원에서 10원으로 할인해주는 이른바 '망내할인'을 전격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자, 국내 통신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후발업체인 KTF (0원 %)LG텔레콤 (9,880원 ▲100 +1.02%)이 'SK텔레콤의 가입자 쏠림현상이 심화된다'는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KT와 하나로텔레콤 등 유선통신업체들도 매출격감을 우려한 탓인지 정책건의문까지 제출하면서 반대입장을 적극 표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요금인가권을 쥐고있는 정보통신부는 망내할인에 대해 기본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상태여서, 큰 이변이 없는 한 SK텔레콤의 인가신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5년전 SK텔레콤의 망내할인을 폐지시켰던 정통부였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으로의 쏠림현상이 우려된다는게 이유였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정통부는 후발이통사는 물론 유선통신사들까지 극렬 반대하고 있는 망내할인 도입을 재촉하는 눈치다.



왜일까? 우리나라 인구 4800만명 가운데 4100만명이 이동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시장이 포화됐다는 진단을 받은지 오래다. 신규가입자 모집보다 경쟁사 가입자뺏기 경쟁이 더 치열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가입자를 유인하는 수단은 단말기 보조금이 유일하다. 그러다보니 보조금 출혈경쟁이 악순환되고 있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요금으로 전가된다.

과거와 달리, 이제 이통사별 서비스 차이도 별로 못느낀다. 좀더 보조금을 많이 주는 곳으로 이동할 뿐이다. 번호이동제도는 선후발업체의 시장격차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지만, 철따라 움직이는 '메뚜기' 가입자 양산도 부추겼다. 번호에 대한 브랜드도, 요금에 대한 차이도 못느끼는 이통시장은 그저 단말기 보조금을 따라 움직여왔다. 더구나 금지돼있는 보조금은 내년 3월말이면 모두 풀린다.

보조금 금지법을 대체할만한 장치가 필요한 정통부 입장에선 소모적인 경쟁을 중단하고 요금경쟁을 촉발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망내할인'을 선택했다. SK텔레콤이 망내할인을 시행하면, 후발사인 KTF와 LG텔레콤은 '울며 겨자먹기'로 뒤따를 수밖에 없다. SK텔레콤 가입자 쏠림현상을 우려한 후발업체들은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좀더 파괴적인 할인상품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LG텔레콤은 망내 무료통화를 검토중이다.


정통부가 재판매의무화법을 통해 통신 소매시장을 열겠다고 나서는 것도 '요금경쟁'을 촉발시키기 위해서다. 이통 3사가 망내할인을 도입한 상태에서 재판매법이 입법화됐다고 치자. 은행이나 자동차회사, 보험회사 등이 자사 상품 가입자를 더 모으기 위해 미끼상품으로 마진없이 이동전화 재판매에 나선다면, 이동전화 요금경쟁은 자연스럽게 불붙을 수밖에 없다.

물론 망내할인 도입에 따른 우려도 있다. 망내할인으로 가입자가 고착화되면서 재판매사업자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 망내할인 비중이 50%라고 해도 시장쏠림현상은 더 심화될 수 있다. 가장 큰 피해는 통신업체들의 매출감소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SK텔레콤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KTF, LG텔레콤 그리고 유선통신업체들까지 '망내할인'에 따른 매출감소 피해를 입게 된다. 마케팅 비용절감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통부가 '재판매'와 '망내할인' 도입을 추진하려는 것은 소모적인 경쟁을 끝내고 요금경쟁 환경을 조성해보겠다는 차원이다. 망내할인을 거부하기엔 우리 통신환경은 너무 많이 달려졌다. 기본료 인하만으로 지탱하기 힘들 정도로 시장에서 가격저항이 심하다.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고를 때 제조사보다 가격이 구매잣대가 되듯이, 이동전화 상품도 가격이 구매잣대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재판매'와 '망내할인'이 바로 그 도화선이다. 시장은 이미 변했다. 그 변화에 발맞춰 전략을 바꿔야 하는 것이 바로 사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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