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상생협력 당부에 4대그룹 총수 화답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07.09.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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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4대그룹 총수간 마지막 만남..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회의 진행

노무현 대통령과 기업인간의 마지막 회동은 화기애애하면서도 진지하게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임기가 끝나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계속 지켜달라고 당부했고 4대그룹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들은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19일 청와대에서는 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보고회가 열렸다. 2005년 5월부터 개최된 상생협력 회의는 이번이 벌써 다섯번째다. 노 대통령은 마지막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며 참여정부 이후에도 상생협력 전략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盧대통령, 중소기업엔 "역량"-대기업엔 "공정경쟁" 강조

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이것으로 여러분을 보는 것은 마지막인 것 같다"고 말한 뒤 "상생협력이라는 기업의 경영전략에 정부가 개입하는데 대해 고민도 있었지만 정부가 장을 마련하는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상생협력을 하다보니 성과가 있는 것 같아 보람이 있었다"며 "미흡한 것이 있지만 참여정부가 끝나도 상생협력 전략을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계속 발전시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상생협력 정책을 착안해 성과보고회를 5번이나 열 정도로 애착을 갖고 끌고왔다"며 "이제는 기업이 알아서 상생협력을 경영전략으로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고 기업들은 이에 상생협력에 대한 포부와 각오로 답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상생협력과 관련, 중소기업과 대기업 각각에 서로 다른 당부도 했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대기업과 파트너십에 이를 만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며 "그동안 대체로 중소기업이 약자라는 이유에서 동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보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공정경쟁을 강조하며 '승자독식'의 태도를 경계했다. 노 대통령은 "공정경쟁의 질서는 거역하기 어려운 시장질서여야 한다"며 "정부가 강력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장주의가 '승자독식'의 질서로 바뀌고 그 이후에 경쟁의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시장이 번영을 뒷받침할 수 없게 된다"며 "기업의 실무자들은 성과에만 집착할 수 있으므로 상생친화적인 사고를 가지도록 인센티브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 "기술, 인력, 자금, 마케팅서 상생협력 노력 필요"

이에 앞서 자유토론에서는 기업 대표들이 상생협력 성과에 대해 앞 다퉈 소개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2년간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정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자관계를 형성하는데 기여했고 체계적인 정책이 됐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기술, 인력, 자금, 마케팅의 측면에서 더 노력해야 하고 특히 지금처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긴밀히 협력해야 경제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자동차 생산량의 75%가 수출되므로 중소기업의 기술과 품질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매우 치열하므로 부품회사와 하나처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의 경우 '게스트 엔지니어링' 제도를 통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부품업체와 협력하고 있고, 자동차부품산업재단을 통해 품질기술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마케팅과 디자인은 대기업이 한다고 하더라도 품질과 성능은 협력회사가 하는 것"이라며 "LG만의 경쟁력이 아니라 LG와 협력회사 전체의 경쟁력"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술·자금 지원, 성과 공유를 통해 국내 협력업체가 튼튼한 사업파트너가 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년간 상생협력을 기업문화와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중소기업의 인적 역량 향상, 성과 공유 및 글로벌 동반진출, 2·3차 벤더와의 상생협력 등을 중점 추진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상생 아카데미'를 통해 약 1만6000명의 협력사 인력 교육을 실시했고 1차 벤더 평가시 2·3차 벤더와의 상생관계를 반영하는 등 앞으로 더욱 진화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盧대통령과 4대그룹 총수간 별도 회동은 없어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그간 기업들의 노력으로 상생협력이 확산되고 있고 앞으로도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큰 틀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30대그룹의 금년도 상생경영 투자계획은 2조 8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로만손 사장)은 "상생협력 정책의 지속적 추진으로 대·중소기업간 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에서 수평적 협력 관계로 전환되고 있다"며 "대기업의 우수 상생협력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 요구, 유통업체의 판매장려금 요구, 특허 관련 자료 요구 등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잔존하고 있어 아쉽다"며 "대·중소기업간 교류회와 '원자재가격 납품단가 연동제' 실시를 건의한다"고 밝혔다.



이날 보고회는 개회선언에 이서 세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상생협력 영상물 상영, 염홍철 중기특위위원장의 상생협력 성공사례 발표,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의 상생협력 정책 종합보고 및 향후 과제, 자유토론, 대통령 마무리 발언 등으로 진행됐다.

오후 3시에 시작된 행사는 오후 4시40분까지 1시간40분간 이어졌으며 특히 자유토론 시간이 50분간 이어져 기업인들이 다양한 의견을 밝혔다. 자유토론에는 4대그룹 총수 외에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희범 무역협회장, 권도엽 한국도로공사 사장,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겸 상생협력연구회 회장, 중소기업 대표 2명 등이 발언했다.

한편, 이번 상생협력 성과보고회에서는 행사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과 4대그룹 총수간 별도 회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상생협력 성과보고회에서는 회의에 앞서 노 대통령과 4대그룹 총수간 별도 회동이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 노 대통령이 4대 그룹 총수에게 적극적인 지지 활동을 요청하기 위해 별도 회동을 마련했으나 이번에는 특별한 이슈가 없어 별도 회동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 청와대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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