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주식얘기 '끝~'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7.09.18 08:33
글자크기

거래대금·예탁금 감소 뚜렷…펀드 유입 둔화

한때 모였다 하면 주식 얘기를 할 때가 있었다. 코스피지수는 2000을 넘었고 너도나도 주식시장에 돈을 쏟아부었다. 심지어 신정아씨까지도.

신정아씨의 주식얘기는 수익률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인구에 회자되고 있지만 최근들어 주식 얘기는 보통사람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17일 코스피시장 거래대금은 4조3927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5월4일 3조9351억원이후 4개월래 가장 적다.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 회의를 앞두고 눈치보기가 치열했다는 증거일 수 있지만 감소추세는 '눈치보기'만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14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전날보다 5571억원 감소한 12조5494억원이다. 4개월전인 5월 25일 12조5174억원이후 가장 적다. 예탁금은 지난 7월18일 사상최고치인 15조7694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2개월만에 무려 3조원의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에 몸담고 있는 증권맨들도 최근들어 주식얘기보다 부동산 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 만난 전략가는 "토지보상금이 풀림에 따라 A지역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매니저는 "서울에서 아직 오르지 않은 아파트도 많다"며 조언을 해줬다.

주식시장을 봐도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고점인 2000을 생각하면 더 오를 것이란 느낌(?)도 들지만 왠지 올해는 힘들 것 같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올해 고점은 찍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의 얘기를 하면서 "지난 7월에 찍은 고점이 올해의 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증권은 삼성전자의 적정주가를 60만원~63만원으로 제시했다.

그렇다고 올해 한국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인 것도 아니다. 최근들어 부침이 심하긴 했지만 올해 코스피 수익률은 30.48%에 달한다. 중국을 제외하면 주요국 증시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다. 시쳇말로 '먹을 만큼 먹은 것'이다.


예금금리를 6%라고 높게 보더라도 예금금리보다 5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한해가 가기 전에 거뒀다. 고점에서 3조원이나 빠져나간 예탁금의 정체를 정확히 규명하기 어렵지만 주식시장을 빠져나간 이유는 분명하다. 충분히 만족했기 때문이다(물론 더 오르지 않은 시장에 실망한 투자자도 있겠지만 40%(고점 수익률) 대신 30% 수익을 얻었다고 실망했다고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속도가 둔화된 모습이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2000돌파 전에 무섭게 유입되는 돈은 이제 없다고 말한다. 뭉칫돈의 유입이 예전같지 않다는 말이다.



가을이다. 한가위가 내일 모레다(구어적 표현이다). 대부분의 논밭에서는 가을걷이가 끝났다. 주식시장에서도 욕심을 버리고 가을걷이하고 농한기에 접어든 투자자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덤 : 태풍 '나리'의 피해를 본 많은 농민들의 상처가 빨리 치유되기 기원하며 북상하는 '위파' 걱정에 잠 못이루는 농민에게 큰 피해가 없기를 기도해본다.

삼성전자 차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