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字정치]'발본색원(拔本塞源)'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7.09.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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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검사' 출신이다. 고(故)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을 파헤친 장본인이다. 검사 시절에는 '강골검사'로 유명했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후의 경력을 봐도 강단 있는 검사 출신답다. 옷로비 사건, 조폐공사파업유도 사건 등 정치권 추문의 진상을 규명하는 각종 국정조사 특위 위원을 지냈다. 원내대표 취임 전까지는 당 공작정치저지 범국민투쟁위원장을 맡았다. 각종 법률안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기도 했다.



이런 경력 때문일까. 안 원내대표가 대여 투쟁의 선봉에서 당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른바 '신정아 게이트', '정윤재 게이트' 등 청와대 인사가 연루된 권력형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다.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권력형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게 '발본색원(拔本塞源)'하겠다"고 공언했다. 명나라 왕양명이 저서인 '전습록(傳習錄)'에서 사용한 말이다. "사사로운 탐욕을 그 근원부터 없애고 근원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는 뜻.



부정부패 및 비리 척결, 범죄조직 소탕 등의 의지를 밝히기 위해 사정당국에서 곧잘 이 말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검사' 출신다운 용어 선택이란 평가와 함께 "정당 원내 수장이 꼭 검찰총장같다"는 말도 나온다.

"진상조사단은 각각 복수의 권력실세들에 대해 조사해 나갈 것" "어제부터 현장조사, 탐문조사, 자료 요구 및 수집 업무에 착수했다" 등 그의 다른 발언도 대형 사건 수사에 나선 검찰 수뇌부의 '브리핑' 내용과 흡사하다.

그런데 이같은 제1야당 원내대표의 '강골 기질'이 좋아 보이지만은 않다. 한나라당에는 이미 홍준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권력형 비리 조사 특별위원회가 설치된 상태. '발본색원'은 특위에 맡기고 원내대표는 '정기 국회 법안 처리'에 관심을 갖는 게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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