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달 금감위원장 "맘 비웠다?"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7.09.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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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맘을 비웠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의 소회다. 취임 직후 터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수습하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는 말은 금방 이해가 된다.

하지만 퇴임을 앞둔 것도 아니고 취임 한 달 만에 맘을 비웠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지금쯤이라면 이것저것 청사진을 구상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김 위원장이 가장 먼저 버린 것은 공명심(功名心). 그는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발전되면 그걸로 족하다. 나중에 ‘이건 내가 했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한다.

취임 초기 많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에게 새로운 것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로드맵을 충실하게 이행해 줄 것을 주문했었다. 참여정부가 끝나는 시기에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을 경우 자칫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주문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누구의 요청에서가 아니라 자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답한다. 그는 “나는 원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스트라이킹한) 것이 체질에 맞지 않다. 문제없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서 국민들이 잘 되도록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생활 철학을 갖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난 이후의 평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김 위원장은 “외환위기 이후 소위 ‘스타’라고 불리는 사람이 많았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스타가 아닌 경우도 많았고 스타는 시장이 인정해 주는 것이지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맘을 비운 두 번째 이유는 금융회사의 자율성과 창의성 때문. “당국이 방침을 정해놓고 끌고 가면 금융회사의 자체 역량을 키울 수 없다. 훈련을 통해 능력을 키울 때까지 인내심을 갖지 않으면 시장의 자율과 창의성을 살아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 ‘금융감독당국’이라는 용어 대신 ‘금융감독기구’를 사용하도록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당국이라는 용어 자체가 주는 고압적인 느낌을 없앨 수 있는데다 금감원이 민간기구라는 점도 알릴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김 위원장의 ‘마음 비우기’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 금융시장이 무엇으로 비운 마음을 채워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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